'오합지졸' 위키피디아가 거인 MS를 이긴 비밀

한겨레 2022. 10. 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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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콘텐츠를 싼 가격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저자들은 넷플릭스와 유사한 방식의 영화 관람 서비스를 했다가 파산한 기업 이야기를 들려준다 . '무비패스'다 . 한 달에 10달러(약 1만2천원)만 내면 거의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 1년도 안 돼 사용자 수백만 명을 추가 확보하며 성공한 듯했지만 , 한편으로 사람들은 서비스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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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 7가지 코드
닐 메타·아디티야 아가쉐·파스 디트로자 지음 | 이정미·최영민 옮김 | 윌북 |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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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9500원. 무제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한 달 요금이다. 광고도 없다. 어떻게 가능할까.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저자들이 그 비밀을 파헤쳤다. 핵심은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처음 넷플릭스가 서비스됐을 때 가입자들은 친구나 가족보다 자신의 취향을 더 정확히 맞히는 이 알고리즘에 놀라워했다. 넷플릭스는 알고리즘의 효과를 10% 향상하는 직원에게 10억원의 상금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새로운 기술은 수익모델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비싼 콘텐츠를 싼 가격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저자들은 넷플릭스와 유사한 방식의 영화 관람 서비스를 했다가 파산한 기업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비패스’다. 한 달에 10달러(약 1만2천원)만 내면 거의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1년도 안 돼 사용자 수백만 명을 추가 확보하며 성공한 듯했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은 서비스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무비패스 vs 넷플릭스

무비패스는 그런 우려에 헬스클럽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새해 결심으로 연간 회원권을 끊어 처음 몇 번 운동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헬스클럽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비패스의 생각은 틀렸다. 영화 관람은 헬스클럽 가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가입자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보는 사람에 한 해에만 1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비패스는 결국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넷플릭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넷플릭스도 가입자가 신작 블록버스터 영화만 보고 싶어 하는 바람에 엄청난 비용을 라이선스 수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입자당 지출해야 하는 비용, 즉 ‘한계비용’이 컸다. 이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가입자가 더 저렴한 옛날 영화를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비용절감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라이선스 비용이 적은 흘러간 영화를 어떻게 자발적으로 보게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유명한 알고리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유명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탄생한 것도 알고 보면 고객에게 옛날 영화를 선별해 보여줌으로써 고객당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이제는 대법원에서도 합법적으로 인용하는 위키피디아는 성인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를 운영했던 사업가가 만들었다. 삼류 사업가에 불과하던 지미 웨일스가 거의 아무런 준비 없이 참여형 백과사전을 내놨을 때, 디지털 백과사전 시장을 주름잡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엔카르타’였다.

유명 백과사전의 저작권을 사들여 작가와 편집자까지 붙여 출시한 이 제품은 윈도에 딸려 무료 제공되면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에 비해 위키피디아의 편집자들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일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회사의 거대 프로젝트와,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용자들인 오합지졸의 대결이었다. 승자는 모두가 알고 있듯 위키피디아다. 어떻게 이겼을까.

저자들은 인간 심리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승리의 핵심이라고 본다. 지미 웨일스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려면 큰 비용이 들지만, 사람들의 감정과 욕구를 잘 이해하면 자발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 참여자들의 심리는 무료 변론을 하는 변호사와 비슷하다. 이들은 고령의 의뢰인을 위해 시간당 30달러의 적은 돈으로 변론하는 일은 꺼렸지만 무료로 변론하는 일은 환영했다. 자원봉사라는 명분이 있으면 기꺼이 재능 기부를 하지만 돈 계산이 들어가면 같은 비용의 다른 일과 비교하게 된다.

내적 동기를 건드려야

질의·응답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마할로와 쿼라는 똑같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기고자가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가 있었다. 승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무료로 기고하게 한 쿼라였다. 명성을 쌓은 뒤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전문가들의 내적 동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저자들은 최상위 52개 테크기업의 리더 67명을 인터뷰해 방대한 사례를 엮어냈다. 본인들이 거대 테크기업의 프로덕트 매니저이기에 ‘일해본 사람’만의 현장 감각으로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의 승패 원인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무엇보다 본질은 뛰어난 기술보다는 수요자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유승재 윌북 편집3팀 팀장 sjyoo@willbooksp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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