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세 블랙핑크의 성공법칙
정규 2집으로 돌아온 블랙핑크가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찬 포부처럼 블랙핑크는 세계 음악 시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지난 8월 29일 미국의 주요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베스트 K팝 부문 상)을 차지했다. 며칠 뒤 9월 3일에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핑크 베놈’이 22위로 진입했다. 이와 함께 9월 16일 정규 2집 정식 발매 첫날에는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54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기대감 키우는 희소성 전략
1년에 두세 번 컴백하는 게 흔한 요즘 아이돌 생태계에서 블랙핑크의 희소성 전략은 모험에 가깝다. 대중에게 잊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최초 K팝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에서 블랙핑크의 프로듀서 테디는 "팬분들이 '더 많이 원해’라며 화내는 건 안다. 보여드릴 건 많지만 어떤 걸 보여드릴지는 아주 까다롭게 정한다"며 컴백이 뜸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콘셉트 브레인스토밍부터 최종 스타일링까지 창작 과정의 모든 단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고르고 골라 싱글곡 위주로 활동하는 방식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팬들에게는 갈증을 안기지만 대신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고 신곡 발표 때마다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게 만든다. 2020년 6월, 정규 1집 '더 앨범’의 선공개곡 'How You Like That(하우 유 라이크 댓)’ 발표 이후 8월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의 협업곡 'Ice Cream(아이스크림)’을 거쳐 선공개곡 발표 4개월 만인 10월 드디어 정규 타이틀곡 'Lovesick Girls(러브식 걸스)’를 선보였을 때처럼 말이다.
이번 정규 2집 선공개곡 발표 후에도 "선공개곡 성적이 이 정도면 타이틀곡은 더 대단하겠다"는 기대가 대다수였다. 간혹 이번 곡이 자기복제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었으나 "앨범 모든 곡이 블랙핑크의 새 역사를 쓸 결정체지만 특히 타이틀곡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하다"란 YG엔터테인먼트의 호언장담에 여론이 바뀌었다. 결국 선공개곡 발표 이후 타이틀곡이 나오기까지 화제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전략이다.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
시각적으로 민감하고 영상에 친숙한 요즘 세대를 제대로 취향 저격한 덕분에 블랙핑크는 각종 신기록이 증명하는 '유튜브 퀸’이다. 9월 5일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000만을 돌파했다. 전 세계 모든 아티스트를 통틀어 최초이자 최고 수치이며, 해당 채널에서 억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만 33편이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 속 고급스러우면서도 힙한 이미지는 음악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게 만든다. 군무가 잘 보이게 만든 안무 영상은 팬들의 자발적인 커버댄스 영상을 낳는다. K팝 댄스 이론서 '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K-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를 펴낸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과 교수는 블랙핑크를 고난도 테크닉 춤을 추는 그룹으로 꼽으면서 "닮고 싶은 욕망은 댄스 팬덤을 만드는 중요한 동기"라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K팝 커버댄스는 춤은 물론 의상, 헤어, 노래까지 똑같이 복사한다.
이 같은 유튜브 퀸의 파급력을 알아본 패션계도 블랙핑크와 사랑에 빠졌다. 블랙핑크는 전 멤버가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인간 샤넬’ 제니부터 생로랑·티파니앤코의 로제, 지수는 디올·까르띠에, 리사는 불가리·셀린의 앰배서더다. 그러다 보니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억을 돌파한 이번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는 움직이는 화보 그 자체였다. 샤넬의 점프슈트와 레인부츠, 반지를 비롯해 디올의 크롭트 톱과 니삭스, 까르띠에 귀걸이와 반지, 셀린 크로셰 해트와 벌키 레이스업 부츠, 불가리 반지, 티파니 목걸이 등이 총출동했다.
물론 비주얼에 신경 쓴다고 해서 블랙핑크가 늘 화려한 이미지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전통문화 요소들을 그들만의 색깔로 힙하게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에서는 김단하 디자이너의 개량 한복을 입고, '핑크 베놈’에서는 미스소희의 한복 드레스에 얹은머리, 자개 무늬 네일 아트 같은 한국의 미를 가미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력은 기본, '나는 나’라는 자신감
코첼라 이후 블랙핑크는 한층 글로벌하게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두아 리파, 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도 확보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는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역대급 규모의 월드 투어를 진행할 예정. 10월 15·16일 서울에서 포문을 열며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현지 팬들을 만난다. 코첼라로 블랙핑크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선 것처럼 이번 스타디움급 월드 투어는 블랙핑크에게 중요한 시험 무대다. 무엇보다 얼마 전 데뷔 6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는 내년 8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성공리에 월드 투어를 마치고 분위기를 이어 '마의 7년’ 고비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블랙핑크 멤버들에게 달렸다.
"부모님은 저를 자랑스러워하시지만, 저는 제가 월드 스타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의 연습생과 다를 바 없어요. 제 위치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냥 저예요."(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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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블랙핑크 페이스북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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