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스타트업도 찬바람.."창조하는 '낭만'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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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상대로 스타트업 연봉 7000만~8000만 원, 대기업 연봉 6000만 원. 둘 중 어느 분이 낫나요?" 지난 7월 한 인터넷 카페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데이터 스타트업에 5년째 종사 중인 신모(29) 씨는 "저희끼린 젊은 시절 스타트업 가서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 보자, 여기에 분명 충분한 보상이 따라올 것'이란 낭만이 있었었다"며 "하지만 경기 안 좋아지고 VC(벤처 캐피털) 업계의 투자 라운드도 더뎌지다 보니 스타트업 '뽕'이 줄며 '현실은 아름다운 유니콘이 없을 수 있겠구나' 깨닫고 철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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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중견·중소벤처 합쳐도 선호도 23% 불과
비개발자 어려움 가중…업계 내부 채용 양극화 심화
“소개팅 상대로 스타트업 연봉 7000만~8000만 원, 대기업 연봉 6000만 원. 둘 중 어느 분이 낫나요?” 지난 7월 한 인터넷 카페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댓글로 답을 고른 13명 중 11명은 모두 대기업을 골랐다. “무조건 닥후(닥치고 후자)” “안정성” “네임밸류 무시 못하죠” “육아 휴직, 자녀 등록금 지원 등 (복지가) 더 좋을 것”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래’에 승부를 거는 스타트업계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4월 전국 벤처기업 300개사와 취업준비생 817명을 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선호 직장 1위는 대기업(37.6%)이었다. 유니콘(10.6%)·중견(8.3%)·중소벤처(4.3%) 기업 선호도를 모두 합해도 25%를 넘지 못했다. 이들의 중소벤처기업 비선호 사유는 “직업 안정성이 낮을 것 같다”(60.2%) “임금이 적을 것 같다”(53.1%) 등이었다. 또, 벤처기업의 63%는 소프트웨어(SW) 분야 인력수급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 스타트업 붐이 휩쓸던 때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지난 2020년 10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578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2.3%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사내도입이 시급한 스타트업 특징으로는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47.3%)’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성취감(37.3%)’ 등을 꼽았었다.
무에서 유를 일구는 스타트업의 ‘낭만’이 재직자들 사이에서 재평가되며 거품이 꺼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터 스타트업에 5년째 종사 중인 신모(29) 씨는 “저희끼린 젊은 시절 스타트업 가서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 보자, 여기에 분명 충분한 보상이 따라올 것’이란 낭만이 있었었다”며 “하지만 경기 안 좋아지고 VC(벤처 캐피털) 업계의 투자 라운드도 더뎌지다 보니 스타트업 ‘뽕’이 줄며 ‘현실은 아름다운 유니콘이 없을 수 있겠구나’ 깨닫고 철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스타트업에 반년간 몸담았다 올초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이모(28) 씨는 “대기업보다 월급·성과급은 적은데 일 많고 워라밸 낮단 인식이 강해져 거쳐가는 곳으로 많이들 생각하게 된다”며 “특히 비개발자 직군은 각종 업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소문을 타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스타트업계 내부의 채용 양극화는 심화되는 중이다. 농업계 매출 상위 스타트업 대표 A 씨는 “잘 나가는 흑자 스타트업들은 되레 구직자들이 몰려 채용 속도를 안 늦추고 있다”며 “투자금이 계속 들어오니 직원 페이도 똑같고, 채용시장에서 더 유리해지고 경쟁률이 세졌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받아 운영되는 다수의 적자 스타트업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 예전처럼 공격적 채용을 하지 않는다”며 “안 되는 데는 진짜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24년까진 불안기 계속돼 공무원·대기업 등 안정된 직장이 선호될 것”이라며 “가시거리가 보이는 세상에선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환경이 조성되는데, 현재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소심해지면서 안전한 옵션을 고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벤처업계 종사자나 여기에 관심 가지는 학생들은 ‘작전상 후퇴’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많이 투입되며 벤처를 성장시켰던 정책자금이 일시 축소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썬 확실한 자금 축소 기미는 보이지 않기에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나라 산업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속도를 늦춰 벤처에 도전할 것을 조언했다.
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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