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난 베이징, 다시 ‘제로 코로나’로[박준우 특파원의 차이나인사이드]

박준우 기자 2022. 10. 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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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검사소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PCR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시행 직전 전격 발표에 시민들 검사소 앞 장사진

6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위해 집에서 가까운 검사소를 찾았더니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인근의 다른 검사소를 찾았더니 이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비교적 빨리 끝날 검사소를 찾아 지역 인근을 돌아다녔지만 한산한 검사소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부분 봉쇄 이후 PCR검사소가 대폭 늘어난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광경이다.

이날 대기열이 길어졌던 이유는 간단했다. 오는 7일 출근(중국 국경절 연휴가 긴 관계로 토요일임에도 ‘임시 근무일’로 지정됐다)을 앞두고 베이징(北京) 방역당국이 저녁 늦게 ‘48시간 내 PCR검사’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은 부분 봉쇄조치가 완화된 이후 ‘72시간 내’ PCR 음성 증명을 요구해 왔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48시간 이내’로 앞당겼다. 건강코드에 해당 검사결과가 뜨지 않는 경우 직장은 물론 공공시설 등의 출입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연휴 기간 고향 등을 방문해 베이징을 떠났다 돌아온 시민들이 대거 검사를 받기 위해 늦은 저녁 마감 직전의 검사소로 달려나온 것이다.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望京) 지역의 검사소 앞에서 만났던 한 교민은 “미리미리 정책을 알려줬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당장 내일 시행하는 것을 오늘 늦게 발표하니 항상 불편함을 겪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오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청정 방역’을 달성하겠다는 베이징 시 당국의 의지가 느껴진다.

연휴를 마친 귀경객들이 ‘현지에서 PCR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가져오면 안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방역 시스템이 지방 단위로 분리된 중국은 서로의 검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지의 PCR검사결과는 그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열차나 비행기 탑승에는 필요하지만 해당 결과가 도착한 도시의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진 않는다. 다른 성(省)급 도시로 이동할 경우 이 지역의 건강코드를 새로 휴대전화에 다운로드 받아 이 지역에서 받은 PCR 검사 기록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불과 몇 시간 전에 출발에서 PCR검사를 받고 이동한 뒤 불과 한 시간도 안돼 또다시 PCR검사를 받아야 하는 ‘중복 행정’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성(省) 내에서 같은 건강코드를 공유하는 도시들이라도 다른 도시에서 받았던 검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명 관광지 라오쥔산(老君山)이 있는 중국 허난(河南)성 롼촨(欒川) 현 등은 외국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등 중국 지역당국의 ‘제로 코로나’로 인한 이동의 불편함은 이어지고 있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이동 절차가 이렇게 복잡한 데 실제 확진자라도 나오면 지방에 내려갔던 사람들의 귀경을 보장할 수 없다. 5일 중국 인터넷에는 윈난(雲南)성 시솽반나(西雙版納)다이족자치구에서 전신방호복을 입은 경찰들이 총과 방패를 들고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시솽반나는 라오스와 가까운 중국 남부 유명 관광지로,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관광객들이 대거 방문했지만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시솽반나 징훙시는 봉쇄를 단행하고 관광객들의 이동을 금지했다. 후난성 장자제(張家界·장가계)도 연휴 기간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철도 공항을 바로 봉쇄해 많은 관광객의 발이 묶여버렸다.

이같은 복잡한 절차와 경직된 행정 속에서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동 방안을 찾고 있다.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계속 ‘단창(彈窓·건강코드에서 이동 불가를 나타내는 메시지) 피하는 법’ 등 경험담이 꾸준히 공유되고 기차역 등에는 감시망을 피해 티켓을 예약해주는 사람들이 매표소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얼마 전 탔던 중국 고속철에서는 “합법적 방법으로 표를 구매하라”라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촘촘해보이는 ‘제로 코로나’ 방역망이지만 여전히 구멍은 남아 있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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