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펭귄·팔은 플라밍고.."마술같은 상상력으로 말하는 지구"

2022. 10.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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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
연출 겸 배우 아비브 호로비츠 인터뷰
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Once Upon a World)’. [종로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작고 용감한 아기 펭귄이 고향 남극을 떠나 지구를 여행한다. 열 살에 남극에서 헤엄쳐 서울에 당도한 EBS 연습생 펭수(‘자이언트 펭TV’ 주인공)처럼, 아기 펭귄은 지구의 ‘멋진 생명’들과 흥미로운 모험을 이어간다.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다. 남극에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악어와의 만남.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더니, 겁도 없는 펭귄은 악어에게 제대로 도전장을 내민다.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Once Upon a World)’다.

2020 하이파 국제아동극축제에서 무대언어상, 움직임디자인상, 무대, 소품 디자인상 등 무려 3관왕을 차지한 ‘원스 어펀 어 월드’가 지난 6일 개막,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의 해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연극 단체 트레인 씨어터에 소속된 아비브 호로비츠(Aviv Horovitz)가 연출한 이 작품은 지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아동극이다.

지난 6일 첫 공연을 마치고 만난 ‘원스 어펀 어 타임’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아비브 호로비츠는 “나의 신체에서 찾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전하는 신체극”이라고 소개했다.

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Once Upon a World)’.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제공]

무대에선 대사가 없다. 두 배우는 지블리시(옹알이, 횡설수설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로 소통한다. 작품에 출연한 시반 알렉산드로비치 셀저(Sivan Alexandrovitch Shelzer)는 “이 무대는 소통이 관건인데 관객들이 우리의 언어나 의도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걱정한 부분이 있었다”며 “지블리시는 모국어 기반하기에 무대에선 히브리어를 사용한 지블리시가 나온다. 그것이 상황에 대한 의도와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첫 해외 공연인 만큼 우려는 컸지만, 무대가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의 세계는 흥미진진했다. ‘원스 어펀 어 타임’이 동물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발하고 독특하다. 우리 몸의 팔다리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을 표현한다. 종아리로 펭귄을 표현하고, 가늘고 긴 두 팔은 분홍색 플라밍고가 돼 독특한 몸짓을 살려낸다. 긴 다리는 악어로 변신한다. 허벅지에 카드보드 지(여러 겹의 펄프로 만든 튼튼한 종이)로 만든 악어 머리를 끼우고 종아리가 하관이 되도록 표현한 것도 기발하다. 동물을 구현하기 위해 인형탈이나 가면을 쓰는 아동극과는 확연히 달라 신선하다.

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Once Upon a World)’. [종로문화재단 제공]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가장 먼저 만들어진 동물은 펭귄이었어요. 거울 앞에 자리잡고 앉아 내 몸을 살피며 신체의 일부를 어떻게 동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아비브 호로비츠)

무엇보다 중점을 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동물들이 가진 특징이었다. 두 배우의 ‘네 개의 팔’은 ‘네 마리의 플라밍고’로 태어났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팔의 특성을 살려 플라밍고의 유연하고 긴 목, 이들의 습성과 움직임을 몸의 연기로 표현했다. 새끼 펭귄과의 격투 중 위기에 처한 악어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아기 펭귄과 어린이 관객들의 동정심까지 불러왔다. 시반 알렉산드로비치 셀저는 “이 장면은 사실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린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펭귄을 속여 살아남은 뒤 공격의 기회를 엿보려는 ‘거짓 눈물’이었다.

아비브는 “우리의 몸을 통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탈을 써서 동물인척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펭귄으로 시작해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듯 동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어요. 그것이 아티스트가 무대 언어를 찾아가는 방식이에요.”

이스라엘 아동극 ‘원스 어펀 어 월드(Once Upon a World)’.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제공]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세상은 결말에 다다를 무렵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메시지다. 아비브 호로비츠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창작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동물과 지구를 연결하는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서 마침내 환경이라는 대주제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원스 어펀 어 월드’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지구의 이야기다. 두 배우가 작고 소중한 파란 지구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 곳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듣고, 쓰레기 더미가 돼 아픈 지구의 눈물을 닦는다. 지구를 의인화한 것도 “모든 생명, 환경과의 연결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아비브 호로비츠는 “‘원스 어펀 어 월드’로 한국의 어린이 관객에게 마술 같은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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