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지적에도..' 생도 동의 없이 출입국증명서 걷은 공사

박응진 기자 2022. 10. 9.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공군사관학교가 개인 동의 없이 700명 넘는 생도들의 출입국사실증명서를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공사 생도는 "개인 동의 없이 출입국증명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명예를 언급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말자'는 식의 발언을 해서 불필요한 오해, 압박을 받을 것이 두려워 결국 강제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공군에 '유사 사례 재발방지책 마련' 권고
공사 "위반 식별돼 조사.. 인권위 권고 어긴 것 아냐"
사진과 기사내용은 무관.(공군 제공) 2022.3.2/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공군사관학교가 개인 동의 없이 700명 넘는 생도들의 출입국사실증명서를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군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지 1년도 안 돼 발생한 일이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공사는 1~4학년 생도 총 781명 중 위탁교육생과 휴학생 등을 제외한 770여명으로부터 출입국증명서를 일괄 제출받았다.

공사는 일부 생도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적 국외여행 지침 위반 정황을 파악, 여름 휴가 기간 지침 위반 생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국방부의 '사적 국외여행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각 군 생도를 포함한 장병들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은 국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 자제·제한 국가 등을 방문해선 안 된다.

이와 관련 공사가 생도들로부터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은 뒤 한 훈육요원이 '생도 생활에 불이익이나 가중처벌을 받기 전에 솔직히 얘기하라' 등의 취지로 말하며 압박을 하자, 일부 생도가 지침 위반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 없이 출입국증명서만으론 생도들이 지침을 어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공사가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생도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단 점이다.

공군에선 앞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A전투비행전대가 '사적국외여행 절차 준수 관련 점검계획'을 수립, 사전에 개인 동의를 받지 않고 간부 500여명의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은 것이다.

사진과 기사내용은 무관.(공군 제공) 2022.3.2/뉴스1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는 작년 11월 공군참모총장에게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하부대에 이 사례를 전파하고 관련 규정 개정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출입국증명서와 같은 내밀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땐 제출자 동의를 받는 게 원칙"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절차를 위배한 전투비행전대의 행위로 인해 소속 간부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제2항은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을 때 미리 개인정보의 수집·이용목적, 수집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 그 불이익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전대도 공사도 이 같은 세부 내용을 부대원과 생도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제출 등에 관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려났다. 특히 공사는 생도들에게 여권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사 생도는 "개인 동의 없이 출입국증명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명예를 언급하고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말자'는 식의 발언을 해서 불필요한 오해, 압박을 받을 것이 두려워 결국 강제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생도는 "모든 생도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며 동의 없이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은 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도 생도들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은 점을 인정했다.

다만 공사 관계자는 "생도들의 지침 위반 행위가 식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입국증명서를 걷었다면 인권위 권고를 어긴 것이지만, 이미 일부 생도의 위반 행위가 식별됐고 규정에 따라 조사 목적으로 제출받은 것이기 때문에 인권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생도들로부터 출입국증명서를 제출받은 건 법무실의 법률검토를 거쳐 이뤄진 조치라고 부연했다.

pej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