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오버슈팅 우려 고조

송경재 2022. 10. 9.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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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이 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오버슈팅으로 끝맺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 본부에서 비영리기관, 중소상공인, 요식업, 교육부문 기구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끌어올리는 이른바 '오버슈팅'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연준은 6월과 7월, 그리고 9월 세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고, 다음달 1~2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또 한 번 0.75%p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일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연준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 경제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금리에서 3.25%로
연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올해 제로금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3~3.25%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연준은 3월과 5월 각각 0.25%p, 0.5%p 금리를 올린데 이어 6, 7, 9월 석 달 동안 각각 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인상이다.

연준이 다음달 0.75%p 더 올리고, 내년초에는 기준금리를 4.5%를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오버슈팅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낮추는 과정에서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한 고강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게 경기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대로 가면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고, 이에따라 물가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경기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수석을 지낸 그레그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지금까지 상당 규모의 긴축을 진행했다"면서 이로 인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맨큐는 "경기침체는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면서 "일부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파월의 판단은 옳지만...필요 이상으로 고통받기를 원하는 이들은 없다"고 강조했다.

1994년 이후 최초
연준이 6월부터 0.75%p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파격에 가까운 통화정책이다. 1994년 이후 28년 동안 이 정도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시장에 충격을 주는 충격요법으로 대개는 일회성에 그친다.

그러나 연준은 이후 두차례 더 연달아 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다음달에도 또 한 번 0.75p 금리인상이 확실하다.

연준의 기본 금리인상 폭인 0.25%p 인상은 연준 금리인상 공식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맨큐는 "나라면 (금리인상이라는) 브레이크에서 서서히 발을 떼겠다"라며 "특정 FOMC에서 0.50이나 0.75%p 금리인상을 논의한다면 0.75 대신 0.50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 늦출 시기
연준 부의장을 지낸 도널드 콘 역시 조만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콘 전 부의장은 "조만간 저속으로 감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인상을)멈추지는 않되 속도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방은행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색 DE쇼 경제분석 책임자도 "연준의 갈 길이 멀었을 때에는 0.75%p 금리인상이 효과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러나 더 신중한 정책 조율이 필요해진 상황에서는 점점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지금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으로 해결 못 해
지금의 인플레이션 근본 원인이 미 경제, 노동시장 과열이 아닌 세계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최근 유엔무역개발기구(UCNTAD)가 이례적으로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에 이런 이유로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등 국제 기구들까지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또 상품, 물류비, 주택 비용 등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미 인플레이션을 이끈 주범 가운데 하나인 주택시장은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30년 고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를 돌파하는 등 16년만에 7%에 육박하면서 집 값이 일부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는 내년말에는 미 전역의 집 값이 5~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 채권 역시 급락하고 있다.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인 주식 60%, 채권 40%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20%에 육박한다.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주택시장이 아주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결국에는 (주택시장 하강세가) 나머지 경제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회계법인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연준 관계자들이 오일쇼크 당시인 1970년대 상황을 공부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웡크는 이어 "그러나 (당시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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