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돌아본 TV, 아직도 성차별 말이?

이유민 기자 2022. 10.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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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유모차·버진로드·샐러리맨..
한자어·외래어 속 여전히 유통 중
남녀 평등시대..다시 환기할 때
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국경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비롯해 방송 등 상당수 매체에서는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무분별한 성차별 단어는 굳이 우리말의 품격 문제를 떠나 남녀평등의 사회에서 하루빨리 ‘퇴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KBS 드라마 ‘빨강구두’ 시대착오적인 대사


KBS ‘빨강구두’ 포스터 캡처.


2021년 7월에 방송된 KBS 드라마 ‘빨강구두’는 시청률 19.6%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10월 4일 방송에서 ‘된장녀’라는 대사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방송분에서 최숙자(반효정)가 “한복은 내가 소개한 동대문 시장에서 맞췄냐”고 묻자 권혜빈(정유민)은 “그곳 말고 다른 데서 하면 안 되냐”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이에 윤현석(신정윤)은 “혜빈이 된장녀 아니냐. 명품 쫙 빼입고 다니는 애가 동대문 시장에서 맞추라고 하면 좋아하겠냐”고 비아냥 거렸다.

‘된장녀’는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신조어로, 허영심 때문에 자기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사치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oo녀’는 여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로 ‘김치녀’, ‘경단녀’와 같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경단녀’는 ‘경력보유자’로 바꿔 쓰면 된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유모차’→‘유아차’


tvN ‘산후조리원’ 화면 캡처.


2020년 11월에 방송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는 윤박이 출산한 아내를 위해 유아차를 사러 매장에 들른다. 매장 직원이 “출산 축하드려요. 유모차 한 대 있으셔야죠”, “이건 휴대용 유모차예요”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를 태워 밀고 다니는 수레를 뜻하는 유모차는 ‘어미 모(母)’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엄마들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엄마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고, 유아가 중심이 될 수 있는 단어로 ‘유아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저출산(低出産)’은 ‘저출생(低出生)’으로 ‘자궁(子宮)’은 ‘포궁(胞宮)’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차별적 언어는 우리말에서뿐 아니라 외래어 사용에서도 자주 불거진다.

결혼식에서는 ‘꽃길’만 걷자


‘버진로드’가 들어간 기사 캡처.


버진로드는 결혼식 중 신부가 단상을 향해 입장하는 길을 일컫는다. 버진(Virgin) 이라는 표현은 숫처녀 내지는 순결한, 정복하지 못한, 개척할, 새로운 등과 같이 여성의 성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뜻을 담고 있다. 버진로드는 일본에서 시작된 단어로 우리나라에 이 단어가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2000년대 이전 언론은 버진로드를 ‘꽃길’ 또는 ‘주단’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결혼식에는 ‘꽃길’을 걸어간다고 표현하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킬 수 있다.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속 ‘맨’들의 사투


SBS ‘샐러리맨 초한지’ 포스터 캡처.


‘샐러리맨’ 같은 말은 어떻게 바꿔 써야 할까. ‘샐러리맨’은 영어의 ‘샐러리(Salary)’와 ‘맨(Man)’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남성 사무직 노동자를 일컫는다.

2012년 1월에 방송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는 신약 개발을 둘러싼 대기업 간의 암투와 경쟁 속에서 저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애환과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샐러리맨’이라는 단어는 ‘남성’ 위주의 노동 사회에서 비롯된 단어로 현재는 맞지 않는 이른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표본이다. ‘샐러리맨’은 이제 ‘봉급생활자’ 정도로 쓰면 충분하다.

이처럼 매체 속 성 인지 감수성 부족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랑구 성평등 활동센터 김난희 담당자는 “한글날과 성차별 단어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내가 쓰는 한자어나 외래어 속에도 성차별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성차별 단어를 마주했을 때 무조건 지적하기보다는 제안과 설명을 통해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민 온라인기자 dldbals525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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