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떠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특별한 하루 보내며 눈물의 은퇴식

서필웅 2022. 10. 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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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2022 KBO리그 정규시즌 대장정 마감을 이틀 남긴 8일 부산 사직야구장. 홈팀 롯데의 마지막 홈경기이기도 한 이날 경기장에 팬들이 사뭇 감상적인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팀의 간판타자로 오랫동안 활약했던 이대호(40)가 이날 그라운드를 떠나기 때문, 그는 이미 이번 시즌 마감과 함께 은퇴를 선언해 시즌 내내 은퇴투어가 이어졌고, 이날 롯데가 144번째 경기로 정규시즌을 끝내며 마침내 은퇴의 날이 왔다.
롯데 이대호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은퇴경기로 열린 LG와 경기에서 자신의 프로 통산 마지막 안타를 2루타로 때려내고 있다. 부산=뉴스1
LG와 맞선 이 경기에서 롯데는 3-2로 뜻깊은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는 프로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익숙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쳤다. 1회 2사 2루에서 타석에서 LG 선발 김영준을 상대로 펜스 직격 중월 2루타를 터트리며 구장을 찾을 팬들을 기쁘게 했다. 앞선 9번의 은퇴 투어 경기에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안타를 때렸던 그는 22년간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하는 은퇴 투어의 종착지인 이날 경기도 안타를 터트렸다. 이대호의 프로 통산 2199호 안타이자 331호 2루타, 그리고 1425호 타점이다. 
3회와 5회에는 병살타를 때렸다. 이로써 그가 보유한 KBO리그 통산 최다 병살타 개수도 239개로 늘어났다. 그래도 팬들은 밝은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대호를 배웅했다.
롯데 이대호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은퇴경기로 열린 LG와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부산=뉴스1
8회에는 투수로 깜짝 등판해 또 한번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미 경기전 “깜짝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8회 2사에 그를 마운드에 올린 것. 이대호가 투수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순간이다. 그는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지만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했다. 이대호가 마운드에 서자 LG는 대타로 투수 고우석을 내 이 순간을 더욱 즐겁게 했다. 이 진귀한 대결에서 이대호가 투수 땅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3-2로 앞선 가운데 아웃 카운트를 잡았기에 이대호는 심지어 1홀드까지 자신의 통산 기록에 남겼다. 

이 특별한 하루 동안 담담히 경기를 뛰었던 이대호는 경기 뒤 열린 공식 은퇴식에서 팬들 앞에 나선 뒤에야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홈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경기장에 응원가 테마송이 울려퍼진 가운데 그는 직접 쓴 은퇴사를 울먹이며 읽어나갔다. 이 은퇴사에서 그는 “사실 오늘이 3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다. 기일에 은퇴를 해서 감회가 새롭고 많이 슬프다”면서 “항상 더그아웃에서 보던 사직구장 풍경보다 더 멋있는 풍경은 없었을 것이다. 또 사직구장의 함성만큼 든든하고 힘이 나는 소리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20년 동안 사직구장 더그아웃과 타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함성을 들은 이대호만큼 행복했던 사람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저는 부족한 선수였다. 하지만 팬 여러분은 제가 했던 두 번의 실수보다 제가 때려낸 한 번의 홈런을 기억해주시고 이번에는 꼭 해낼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뛰어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럼에도 팬들에게 죄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주신 시간 동안 팬 분들과 제가 꿈꿨던 우승을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아쉬운 순간과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는데 팀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가야 했던 제가 가장 부족했다”면서 “팬 여러분의 변치 않는 믿음을 보내주신다면 남아있는 동료들도 한마음이 되어 포기하지 않고 어떠한 순간에도 1점을 더 내고 1점을 막아내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롯데의 3번째 우승도 머지 않은 날에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후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의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이대호 커리어 내내 응원가로 쓰였던 ‘오리날다’ 공연이 체리필터의 라이브 공연으로 펼쳐진 뒤 팀 동료와 후배들이 이대호를 헹가래치며 그를 프로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의 모습으로 떠나보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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