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이대호, 사직구장서 '뜨거운 안녕'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10번’이 정든 사직 그라운드와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대호(40·롯데)가 뜨거운 박수와 눈물 속에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투타에 걸쳐 맹활약 하며 롯데의 3대2 승리에 앞장섰다.
이대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선제 1타점 2루타로 사직구장을 열광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후 팀이 3-2로 앞선 8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깜짝 등판해 LG의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해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으며 프로 데뷔 후 첫 홀드도 올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통산 1971경기를 소화한 이대호가 ‘투타 겸업’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올려 한 점 차 우위를 지켜내며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날은 2001년 프로에 데뷔한 이대호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를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정규시즌을 8위로 마쳐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이날이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입단해 2012~2016년(일본 4년, 미국 1년) 해외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롯데에서만 뛴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안방에서의 LG전이 끝난 뒤 이대호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 행사를 통해 그와 그의 등번호 10번은 롯데의 역사가 됐다. 이날 이대호의 마지막 순간을 보러 사직구장엔 만원 관중(공식 2만2990명)이 몰렸다.
영구결번식에 앞서 열린 은퇴식에선 이대호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감독 등이 전광판을 통해 이대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수영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같이 하자며 계기를 만들어준 절친 추신수(SSG)를 시작으로 동갑내기 오승환(삼성), 이우민(전 롯데) 등이 등장한 뒤 MLB(미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뛴 로빈슨 카노, 스캇 서비스 전 시애틀 감독 그리고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등이 은퇴 축사를 전했다.
이날 사직구장을 찾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구단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직접 그라운드에 내려와 ‘10번’이 새겨진 커플 반지를 전달했다. 이대호는 본인의 1루수 글러브를 신 회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어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씨, 딸 예서, 아들 예승군이 한마디를 더했다. 이대호는 가족들의 영상을 보면서 울먹거렸다. 꽃다발을 건네는 아내를 끌어안고 두 사람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대호는 이후 고별사를 읽었다.
“사실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는 말로 운을 뗀 이대호는 “기일에 은퇴식을 한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고 말했다.
팬들을 향해서는 “더그아웃에서 보는 사직구장 관중석만큼 멋진 풍경은 없고, 타석에서 들리는 부산 팬의 응원만큼 든든한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 함성을 들은 이대호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가족에겐 “남들처럼 여름방학 때 해운대에 못 데려가는 못난 아빠를 위해 늘 웃는 얼굴 보여준 예서와 예승, ‘독박 육아’라는 말도 모자란 아내에게 고맙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어린 이대호를 길러준 할머니를 떠올리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 늘 걱정하시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받으며 떠납니다. 오늘 가장 생각나고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영구결번식도 진행됐다. 이대호는 2005년부터 롯데에서 뛰는 내내 10번을 사용했다. 이대호의 10번은 롯데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영구결번인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할 예정이다.
롯데는 이대호를 위한 선물로 이대호의 등장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의 깜짝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트럭에 드럼과 기타를 싣고 사직구장에 들어선 체리 필터는 보컬 조유진이 홈플레이트에 선 이대호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오리 날다’를 열창했고, 관중들은 따라 부르며 현장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마지막에 이대호는 자동차에 올라 1루쪽부터 시작해 경기장을 쭉 돌며 팬들에게 손하트 제스처 등을 취하면서 인사했다. 롯데 팬들은 ‘이대호’를 연호한 뒤 이대호의 응원가를 불렀다.
은퇴식이 끝난 뒤 롯데 후배들은 이대호를 위한 ‘가장 무겁지만, 가장 힘찬’ 헹가래를 선물했다.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헹가래에 앞서 연신 “떨어뜨리지 마라”고 하며 마지막 순간을 즐겼다.
불꽃놀이로 피날레를 장식한 이대호는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뜨거운 안녕’을 마쳤다.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사직구장에서 이대호와 팬들이 함께 부른 마지막 이별곡 점수는 100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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