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사인.."구타 아닌 기저질환" 부검결과 발표

서유근 기자 2022. 10. 8. 2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숨진 마흐사 아미니(22)를 추모하는 피켓. /AP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아 경찰에 잡혀갔다가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원인은 구타가 아닌 8세 때 받은 수술과 관련한 기저질환이라고 발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과학수사기구는 이날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은 머리와 주요 장기 및 팔다리에 대한 구타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그녀가 8세 때 뇌종양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된 기저질환이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저질환으로 심박수가 저하되고 혈액이 감소해 의식을 잃었으며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 출신인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수도 테헤란에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경찰 조사 중 의식불명에 빠져 같은 달 16일 숨졌다. 경찰은 심장마비라고 주장했으나, 머리를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전국적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아미니의 가족은 이전에 아미니가 질병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부인했는데, 이번 발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7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 '히잡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연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건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진 가운데, 지난달 20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니카 샤카라미(16)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번 시위로 목숨을 잃은 시민이 최소 133명에 달하며, 체포된 이는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일부 이란 여성들은 여성에게만 주어진 엄격한 복장 규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히잡에 불을 지피거나 머리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반면 이란 당국은 단속을 강화하면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조장해 일어났다고 비난의 화살을 타국에 돌리고 있다.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규탄하는 시위는 전 세계 각국에서 연대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