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인간로봇' 3년 안에 2800만원에 맞출수 없는 이유 [추적자추기자]

추동훈 2022. 10. 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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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테슬라의 역대 2번째 AI데이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공개입니다. 1년 전인 2021년,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들이 대거 발표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갑자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선언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테슬라. 심지어 진짜 사람이 내복 같은 옷을 입고 막춤을 추며 공개를 해 진짜인지 장난인지 사람들을 아리송하게 했던 그 로봇이 1년 만에 대중에 선보인 것입니다. 사실 올해 AI데이는 여름쯤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바로 이 옵티머스 때문에 가을로 미뤄질 만큼 심혈을 기울인 것인데요. 이날 로봇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점이 바로 3년 안에 2만달러, 한국 돈 2800만원 이하에 판매하겠단 목표였습니다. 과연 일런 머스크 CEO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AI데이 포스터
먼저 주가를 보겠습니다. 옵티머스 발표날 266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딱 1주일 동안 11.2% 빠졌습니다. 특히 AI발표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0월 3일, 테슬라 주가는 무려 8.61% 빠지며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습니다. 개천절 연휴를 즐기던 국내 테슬라 투자자들이 폭락에 밤잠을 설쳤단 후기가 쏟아지고 있죠.

주가 폭락에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기대가 컸던 옵티머스가 실망스러웠단 것입니다. 이날 공개된 옵티머스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T-800이 불에 탄 뒤 살아난 모습처럼 헐벗은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다소 어설픈 걸음과 함께 말이죠. 특히 어떻게 일을 수행하는지 보여주는 시연은 현장이 아닌 영상으로 공개됐습니다. 나무에 물도 주고, 박스도 나르고, 공장에서 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게 결국 현장 시연은 어려웠단 뜻입니다. 옵티머스는 영상 공개 후 테슬라 직원 3명의 도움을 받아 무대 중앙에 '설치'됐습니다. 사실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 기술을 구현한 것도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테슬라니까, 테슬라여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선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죠.

대조적으로 일런 머스크가 로봇제작 경쟁사로 꼽는 현대자동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 로봇들이 BTS의 노래에 맞춰 떼춤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현대자동차 스팟 댄스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
이제 가격을 한번 살펴볼게요. 먼저 2만달러, 한화 2800만원인데요. 대충 기아의 K3 풀옵션이 2400여 만원, 기아 셀토스 풀옵션이 2800만원대니까 옵티머스 가격이 셀토스 한 대 가격 정도쯤 된다는 것인데요. 벌써 현지에서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려면 일단 대량생산이 돼야 합니다. 즉 테슬라 자동차가 생산되듯 옵티머스 제작과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자동화 공정까지 완벽히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 만들 공장조차 부족해서 미국 휴스턴과 독일 베를린에 공장을 짓고, 지은 공장조차 아직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대량생산을 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란 것이죠. 또 AI로봇이니까 수많은 반도체 칩과 핵심 전자부품이 수천 개, 수만 개 쓰일 텐데 지금 반도체 공급란으로 자동차 회사들조차 '반도체 제거 에디션'을 내놓고 있는 상황 역시 부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높아진 임금 역시 부담입니다. 테슬라도 지금 정리해고 태풍이 한 차례 몰아친 가운데 자율주행팀 전체를 통째로 정리해고하는 등 있던 직원들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도체 부족 대란에, 대량생산이 어렵고 비용 인플레이션 문제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2만달러 이하로 판다는 게 당장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그 와중에 또 테슬라 주주들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한 소식이 발표됐죠. 바로 일런 머스크가 포기한 줄 알았던 트위터 인수의 꿈을 다시 꿔버린 것인데요. 머스크는 현재 법정 소송 중인 트위터 인수를, 원래 제안한 가격 440억달러에 사겠다고 중재안을 내놨습니다. 사실 월요일 주가 폭락의 배경은 이 트위터 이슈도 한몫했는데요. 테슬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또 억소리 나는 M&A 비용에 근심과 걱정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자꾸 한눈팔지 말고 잘하는 전기차에 집중했으면 하는데 트위터 인수에 AI로봇까지? 기대보단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트위터와 머스크
두 번째는 시기. 3년 안에 판매가 가능한 수준의 AI로봇 기술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옵티머스는 겨우 걷고, 겨우 화분에 물주고, 겨우 박스 하나 들었어요. 그렇게까지 하는 데 딱 1년 걸렸습니다. 물론 이 역시 대단합니다. 특히 테슬라가 옵티머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소개한 게 바로 손입니다. AI데이의 홍보물에도 하트 모양의 로봇손이 눈에 띄게 표현될 정도로 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발표에서도 사람의 손과 비슷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수많은 뉴런들과 신경들이 연결돼 구현되는 손의 기능을 똑같이 구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기술입니다. 테슬라의 상징과 같은 자율주행기술조차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개발 중이고 갈길이 먼 상황인데, 사람의 인체를 똑같이 구현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란 것이죠. 또 로봇이 손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라 더욱 제대로 걷고 뛰고 계단도 오르내리고, 생각도 하고 판단도 하려면 3년은 너무 짧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번주 또 주목받은 이슈,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인도량 발표였는데요. 테슬라는 3분기 34만3830대를 인도해 지난해보다 42%나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실망했습니다. 시장 전망치가 37만대였는데 그보다 3만대가량 못 미쳤기 때문이죠. 이처럼 잘해도 욕먹는 전교 1등, 테슬라가 가는 길은 언제나 험난합니다. 많이 사랑받는 만큼 잘되길 바라는 맹모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일 텐데요.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관액은 132억5092만달러. 한국 돈 19조원에 달합니다. 당연히 압도적 미국주식 1위입니다.

옵티머스
미워도 다시 한번, 그래도 테슬라니까 전기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이만큼 성장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화성을 가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조차 일런 머스크기 때문에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를 봐서라도 정말 옵티머스의 상용화가 일런 머스크의 말처럼 현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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