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여론 무시한 '고집불통' 리더십에.."11월 평가전 무관중 보여주자"

강은영 2022. 10. 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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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외면에 뿔난 여론..온라인서 부글부글
벤투 개인적 악감정 추측도..작년 한일전 소환까지
'토트넘' 콘테도 고집스런 전술·선수기용 비난 쇄도
등돌리는 팬들.."선발 라인업 보고 시청 여부 결정"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훈련 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외쳐주셨을 것이다. 잘 들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팬은 그저 팬이다. 그들이 나를 믿지 않아도 선택은 내가 한다. 난 바보가 아니고, 지고 싶지 않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홋스퍼 감독)

두 사람은 요새 국제적으로 화제다. 억지가 매우 심해 자기 의견만 내세워서 우기는 '똥고집' 때문이다. 사실 '옹고집'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그 정도가 심해 속되게 이르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이다. 팬들의 말에 귀를 닫아버렸으니,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최근 선수 기용과 전술을 놓고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축구팬들은 기다렸다. '그래도 한 번쯤은 기용하겠지' 혹은 '이번에는 쓰지 않겠지' 등 한 발 물러서며 인내했다. 그러나 팀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쓰는 사람'만 쓰고, 변화 없는 '고집불통' 전술에 결국 팬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벤투의 고집에 뿔났다..."11월 무관중 경기" 무슨 일?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과 카메룬의 평가전에 6만여 관중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앞서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1차전은 3만6,000여의 전석이 매진됐으며, 이는 5년 만에 A매치 좌석 매진 기록이었다. 강은영 기자

"11월 국내에서 펼쳐질 마지막 A매치 평가전에 '무관중'을 보여줍시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벤투 감독을 향한 무서운 팬심이 작동 중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11월 마지막 평가전 무관중 보여주자"고 유도하는 글들이 눈에 띄고 있다. 평가전이 열릴 경기장에 아예 가지 말자며 벤투 감독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평가전 시기는 다음달 11일 출정식에 맞춰 2022 카타르월드컵 비출전 유럽 국가와 경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불씨를 지핀 건 바로 '이강인 패싱 사태'다. 벤투 감독은 1년 6개월 만에 이강인(21·마요르카)을 불러들였으나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 카메룬)을 앞둔 당시 스페인 라리가에서 도움(3개) 부문 공동 1위이자 골까지 넣은 이강인을 안 쓸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의 고집에 축구팬들이 칼끝을 겨누었다. "더 이상 벤투의 똥고집을 보고 싶지 않다", "전술도, 플랜B도 없는 대표팀을 변화시켜야 한다", "좋은 인재를 두고도 활용을 못 하는 감독의 직무유기"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팬들이 11월 마지막 평가전을 놓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지난 4년간 대표팀을 맡고 있는 벤투 감독을 향한 축구팬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고집은 그만 부리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라"는 것이다. 매번 똑같은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는 발전할 수 없으니까. 9월 A매치 평가전만 봐도 그렇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국가들을 상대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이 이강인을 연호한 건 단순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를 테스트해보라는 권유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 속에 그저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해야 했다.

이강인이 지난해 7월 일본 가시마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경기에서 루마니아를 상대로 슈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벤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팬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벤투호의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아직까지도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끝까지 외면한 이유를 찾고 있다. 실력을 갖춘 젊은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출전 기회를 줬어야 했다는 관점에서, "이강인이 자국 선수였다면 과연 그랬을까" 같은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벤투 감독의 외면이 개인적인 악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펼쳐진 '문제의' 한일전까지 소환됐다. 이강인을 원톱으로 활용했다가 0-3으로 참패했던 경기다. 알다시피 이강인은 이 경기 이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팬들은 이날 경기와 이강인 패싱 사태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제로톱'으로 기용된 이강인이 전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벤투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몇몇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들에선 한일전이 끝나고 로커룸에서 감독과 선수들 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 '썰'을 풀고 있다. 당시에도 여론은 벤투 감독의 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강인은 골대 앞에서 공중볼 경합을 벌였다. 중원에서의 '탈(脫)압박'과 유기적인 패스 능력이 좋은 이강인을 '타깃형 공격수'로 활용한 것 자체가 실패작이란 분석이 대다수였다. 만약 이강인이 벤투 감독에게 불만을 제기했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9월 A매치에 전술적인 이유로 이강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벤투 감독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김병지. 배우한 기자

벤투 감독의 이강인 패싱 후유증은 꽤 오래 갈 듯하다. 그래도 이강인을 대표팀에 재합류시켰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까. 국가대표 출신 김병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강인이 1, 2차 평가전에서 단 1분도 경기를 뛰지 않았다는 건 (벤투 감독의) 마음속에 이강인의 존재가 없는 거다. 여론 때문에 일단 뽑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국내 팬들도 이제 수준이 상당히 높다. 1년 6개월 동안 이강인을 (대표팀에) 뽑지 않았을 때 경기장에서 이강인을 외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런데 기대했던 카메룬전에서 이강인이 나오지 않자, 후반 65~75분 사이에 실제로 많은 자리가 비워졌다. 근래 국가대표 경기에서 볼 수 없던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던 거다"라고 짚었다. "이게 뭐냐면 이강인 출전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던 카메룬전이었단 증거다. 월드컵 아니고 평가전이었기 때문에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활용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구자철. 대한축구협회 제공

반면 벤투 감독의 고집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이번 카타르월드컵 KBS 해설위원인 구자철(33·제주 유나이티드)의 생각은 달랐다. 대표팀에서 벤투 감독을 경험했던 그는 최근 KBS스포츠 '이광용의 옐카'에서 "벤투 감독의 그런 고집이 대표팀을 4년 동안 단단하게 만든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석했다. 구자철은 벤투의 고집이 "대표팀을 '원팀'으로 구성해 선수들 간의 신뢰를 두텁게 했다"며 "선수들의 감독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팀의 조화 등 결속력을 위해 벤투 감독의 고집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강인이 최종 대표팀 명단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선발 출전에 대한 판단은 유보적이었다. 구자철은 "이강인이 대표팀 스쿼드에 필요하고, 월드컵에 나가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본다"면서도 "벤투 감독 성향상 바로 선발 출전보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강인을 투입하면 100%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만 봐도 '혈압 상승'...콘테의 토트넘 이상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D조 3차전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한 원정경기에서 골을 놓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토트넘은 프랑크푸르트와 0-0으로 비겼다. EPA 연합뉴스

"이번 주말 토트넘 경기 시청 여부는 '선발 라인업'을 보고 결정할 겁니다."

직장인 노지윤(30)씨는 요새 잠을 설쳤다. 주로 새벽에 진행되는 유럽 축구를 보느라 잠잘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번엔 굳게 마음먹은 게 있다. 오는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브라이튼 경기는 콘테 감독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된 뒤에 시청할지를 판단할 거란다. 여론의 비판을 무시한 채 선수를 기용한다면 아예 경기 자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콘테 감독의 고집에 질려버렸다"는 그는 미리 '절연 선언'을 한 셈이다.

영국 언론과 현지 팬들은 콘테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가하고 있다. 콘테는 지난 5일 새벽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차전 D조 프랑크푸르트(독일)와 경기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반 페리시치와 에메르송 로얄의 집착에 가까운 윙백 선발, 그로 인한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공격 위축, 라인을 많이 내린 수비 위주 전술 등이 그렇다.

결과는 처참했다. 경기 결과는 0-0으로 비겼지만 내용은 절망적이었다. 손흥민만 봐도 미드필더처럼 활용됐고 수비에 치중하며 무려 11km 이상 뛰어다녔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중원에서 수비에 치중하는 기이한 전술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이반 페리시치(가운데)가 지난 1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과 경기에서 상대 선수 부카요 사카를 수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축구 레전드들도 콘테의 전술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손흥민이 가장 희생하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이날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 경기를 생중계한 영국 BT스포츠에 출연한 잉글랜드 레전드 오언 하그리브스는 "콘테의 수비적인 전술은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 3명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특히 손흥민이 개인 기록을 엄청나게 희생하며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8경기 무득점에 시달리던 손흥민을 저격했다.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손흥민 흔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언론과 전문가들은 "손흥민의 무득점은 콘테의 전술 탓"이라며 뒤늦게나마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지 팬들은 콘테 감독의 고집스러운 선수 기용과 3-4-3(혹은 3-4-2-1) 포메이션에 치를 떨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 1일 3-1로 대패한 아스날전에서의 선발 라인업이 이번 프랑크푸르트 경기 때와 똑같아 현지 팬들은 "소름 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팬들은 행동에 나섰다. 프랑크푸르트전에 나서는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을 확인하곤 "아예 경기를 보지 않았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같은 시간에 진행된 김민재의 소속팀 나폴리와 아약스(네덜란드)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나폴리는 중원에서의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아약스에 6-1 대승을 거뒀다. 온라인에는 "토트넘 경기 안 본 사람이 승자"라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레스터시티의 경기에서 안토니오 콘테(오른쪽) 감독과 에메르송 로얄이 터치 라인에 서 있다. AP 연합뉴스

콘테 감독은 유일하게 UEFA 챔피언스 우승 트로피만 없다. 말 그대로 '챔스 트라우마'가 있는 셈인데, 결국 대문을 지키며 '패하는 축구'는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드러냈다. 이기지 못하면 비기는 축구를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팀을 위한 결정이라는 명목하에 손흥민이 미드필더 같은 역할을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스날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로얄의 부재가 주목받고 있다. 연속으로 3경기 출장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져 콘테 감독의 전술 혹은 선수 기용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브 비수마나 제드 스펜스가 출전하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달 레스터시티전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터뜨렸을 당시 콘테 감독은 비수마를 교체 투입했다. 기존 3-4-3에서 3-5-2로 포메이션을 바꿔 변화를 줬다. 그러자 '필드 골' 전문인 손흥민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로드리고 벤탄쿠르, 비수마가 중원에서 밀리지 않고 손흥민에게 찔러주는 빠른 패스가 골을 만들었다.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좋은 기억을 콘테 감독은 지운 것일까.

지난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프랑크푸르크의 경기가 끝난 뒤 해리 케인 등 토트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벗어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번 주말 브라이튼전도 3-4-3 전술을 사용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축구전문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콘테 감독이 로얄이 빠진 우측 윙백 자리에 페리시치를 두고, 좌측 윙백에는 라이언 세세뇽 등을 기용할 것으로 점쳤다. 콘테 감독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들도 쓴소리를 했다. 토트넘 출신 피터 크라우치는 최근 BT스포츠 방송에서 "(콘테 감독의) 이런 전술은 내가 스토크시티 시절 겪었던 수비 전술과 같다"며 "토트넘은 이렇게 경기하지 않아도 될 만한 충분한 선수를 소유하고 있다. 더 (공간을) 넓혀도 됐다"고 콘테 감독의 전술을 꼬집었다. 리오 퍼디낸드도 "토트넘의 쓰리톱은 골문과 너무 떨어져 있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볼 아래에 위치하고,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중앙 미드필더를 마크하는 등 토트넘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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