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거부감 매콤하게 날리는 비빔국수 '미리짜' 인기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2. 10.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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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식당 지민규 셰프
어릴 적 인도네시아 이민생활서 맛본 음식
20대 본격적으로 음식점 통해 국내 소개
여타 동남아 음식과 달리 향신료 적게 써
나시고랭 등 한국식 변형시켜 입맛 사로잡아
반둥식당의 지민규 셰프를 만났다. 지 셰프는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가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20대에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생활하다가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음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음식을 배우고 싶어서 인도네시아의 친구들을 통해 현지에 있는 줄 서는 매장을 소개받아 주말마다 아르바이트식으로 임금도 받지 않고 일하면서 매장에서 음식을 다루고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한국에서 친구나 손님이 왔을 때 인도네시아 음식들이 생각보다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본인이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 셰프가 처음 인도네시아 음식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베트남이나 태국 음식이 많이 발전되고 알려져 있었고 인도네시아 음식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도네시아 음식은 새로운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히 한국으로 들어와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

2015년에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압구정동에 9평 규모의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다. ‘낭만국수’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 음식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국적인 느낌을 많이 덜어낸 상태로 운영했었다. 메뉴의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의 메뉴명들이 생소하니까 ‘낭만탕면’처럼 쉬운 이름으로 시작했었다. 압구정 매장이 자리를 잡고 건국대학교 인근 커몬 그라운드에서 입점 문의가 들어와 둥지를 옮기면서 매장의 모든 요소를 기존보다 현지스럽게 수정·보완하여 지금의 이름인 ‘반둥식당’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지 셰프가 반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반둥에서 배운 음식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반둥식당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 상호명을 변경하면서 메뉴명 역시 현지 메뉴명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현재는 건국대점과 동탄점 두 군데서 반둥식당의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음식이 태국, 베트남 음식과 다른 점은 향신료를 강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수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레몬그라스 정도가 즐겨 쓰는 향신료라고 할 수 있다. 향신료를 적게 사용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하기 쉽고 한 번 먹게 되면 거부감 없이 또 찾게 된다.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 요리가 많은 것 역시 또 다른 특징이다. 반둥식당에서 선보이는 인도네시아 음식의 맛을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의 소고기국에 레몬그라스 향이 살짝 스치고, 쌀국수가 들어간 느낌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수의 종류는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100% 거의 똑같이 재현했는데 지금은 한국 시장에 맞춰 로컬화가 진행되어서 더욱 소비자들이 접근하기가 쉬워졌다.

반둥식당은 반둥 지역의 음식을 선보이다 보니 매운맛은 약간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 전체가 살짝 매콤하고 해선장 같은 케첩마니스라는 소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소스는 달콤한 간장 소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삼발이라는 칠리소스와 삼발 트라시라는 젓갈이 들어간 칠리소스를 많이 사용한다. 삼발은 고추를 구워 으깨서 사용하는 페이스트 같은 소스다. 지역과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재료를 빼서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된장, 고추장처럼 지역마다 사람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얼마든지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는 페이스트 스타일의 소스 개념이다. 이 삼발이 인도네시아 음식 맛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처럼 모든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스이고, 여기에 케첩마니스를 활용해서 만드는 요리가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미리짜
지 셰프가 운영하는 반둥식당의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미리짜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 셰프가 선보인 인도네시아 국수 종류이다. 미리짜는 인도네시아 전 지역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반둥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다. 미리짜의 ‘리’가 매운 고기 고명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현지식으로 맵게 만들었는데 고객의 맵다는 반응을 반영해 현재는 매운맛을 조절해서 제공하고 있다. 에그 누들에 매운 고기 고명과 양념을 비벼 먹는 스타일이다. 비빔국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비빔국수와의 차이는 차가운 비빔국수가 아니라 따뜻한 비빔국수라는 점이다. 케첩마니스 소스를 미리짜 소스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여기에 면을 비빈 다음에 야채, 튀김, 고기고명을 넣어서 비벼 먹는 음식인데 고기고명이 매워서 비빌 때 고명의 양으로 맵기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나시고랭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나시고랭이다. 다른 곳의 나시고랭보다는 현지식 느낌이 많이 나면서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지인 손님들이 많이 즐겨 찾고 있다. 웍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풀고 야채, 고기를 볶아주다가 밥과 소스를 넣고 볶아준다. 중식 볶음밥과 비슷한 느낌인데 인도네시아 특유의 소스와 장립종의 쌀을 사용해서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 삼발 소스와 케첩마니스 소스가 들어가서 특유의 맛을 만들어 낸다. 이 두 가지 소스의 양과 비율을 조정해서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요리들이 만들어진다.

인도네시아의 음식은 CNN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많이 낯선 음식 중 하나이다 보니 인도네시아 음식을 좀 더 대중화하는 것이 지 셰프의 목표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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