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샹쥐', '식성이 당성' 별걸 다 줄이는 북한 신조어

문정실 작가 2022. 10.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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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내일은 한글날이죠.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을까요? 또 세종대왕은 배울까요? 북한이 궁금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북한에 계실 때도 한글날이라는 걸 아셨나요? 아니면 북한에도 한글날 비슷한 게 있나요?

◀ 나민희 ▶

한글날에 대해서는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심지어 공휴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한글 훈민정음 이렇게 북한에서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거는 세종대왕이랑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렇게 역사 시간에 배운 적은 있었거든요. 근데 10월 9일 같은 경우에 북한에서는 그냥 평범한 날 한글날이 아니고 오히려 그 다음 날인 10월 10일이 북한에서는 이제 당 창건 기념일로 기념하는 날이라서 그날이 더 큰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길재 ▶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글을 반포한 날 세종대왕이 만들어서 반포한 날이 10월 9일이고 1월 15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를 마친 날이에요. 그날을 기념해서 조선글 날이라고 이렇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서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 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국어 교육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평양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국어 수업을 시연하고 있는데요.

◀ 김필국 앵커 ▶

북한TV에 따르면 교사들이 초등학생들 국어 학습을 위해 게임 형식의 국어학습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마치 게임을 하듯이 화면에서 제시하는 국어 퀴즈를 푸는데요. 나민희 씨 이 문제 답 아시나요?

◀ 나민희 ▶

네. 저는 알죠. 값 없다. 북한에서는 가격이 얼마예요 라고 묻는 게 아니라 값이 얼마예요. 이렇게 묻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값 없다라는 건 가치가 없다. 이런 뜻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들었던 말이 아름다운 청춘 시절을 이제 값 없이 보내지 말자 이렇게 덧없이 허무하게 허송 세월을 보내지 말자 이런 식으로 항상 들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 이 국어는 어떤 의미일까요?

◀ 이길재 ▶

북한에서는 언어를 통해서 어떤 북한 인민들의 사상을 고양시키고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혁명의 도구 이렇게 언어를 바라보고도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언어는 속성상 변할 수밖에 없잖아요. 북한에도 새로 만들어진 신조어 같은 게 있나요?

◀ 나민희 ▶

네. 이게 저희가 많이 썼던 말인데 대학교 때 혹시 생쥐가 무슨 말인지 뜻인지 혹시 아실까요? 북한에서는 학급 반장을 소대장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소대장 동지 이렇게 부릅니다. 근데 너무 길잖아요. 그러니까 소대장 동지 소대장 동지 계속 얘기하다 보면 생쥐 이렇게 돼버려요. 그래서 생쥐 생쥐 이렇게 얘기를 했었고

◀ 차미연 앵커 ▶

진짜요

◀ 나민희 ▶

부소대장 동지는 이제 부소대장 동지 부소대장 동지 하다면 부생쥐 이렇게 돼버리거든요. 그렇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책쥐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아실 것 같은데

◀ 김필국 앵커 ▶

그런 식이면 알 것 같아요. 책임지도원 그런

◀ 나민희 ▶

오 네 역시 맞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말 아주 잘 하시는데요? 이렇게 막 줄이는 걸 우리는 별 다 줄 별걸 다 줄인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 김필국 앵커 ▶

별다줄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차미연 앵커 ▶

우리도 줄임말이 많은데 북한도 비슷한 것 같아요.

◀ 이길재 ▶

이제 신조어를 만드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두음을 따는 거잖아요. 가령 여자친구를 여친이라고 한다든지 훈훈한 남자를 훈남이라고 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필국 앵커 ▶

혹시 신조어 중에 짓궂은 것도 있나요?

◀ 나민희 ▶

제가 이걸 하면서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었는데 코 밑에 붉은 기 날리고 싶니? 이렇게

◀ 차미연 앵커 ▶

너 코피 좀 나보고 싶구만 이런 거예요? 아 이건 알겠네요.

◀ 나민희 ▶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한 대 맞아보고 싶냐 이런 뜻이고 그리고 이제 식성이 당성이다. 이런 말이 있어요.

◀ 김필국 앵커 ▶

이건 좀 알 것 같아요. 뭐 잘 먹는 것 같아요. 그렇죠

◀ 나민희 ▶

맞습니다. 당성이 항상 투철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식성이 높다. 잘 먹는다 이런 잘 먹는 사람을 보고 걔는 완전히 식성이 당성이야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밥 간이 잘 되어있어."

"코피 아냐?" "보셨죠?"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북한에서는 표준어를 문화어라고 하잖아요. 이 표준어에 해당하는 평양말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죠.

◀ 김필국 앵커 ▶

북한 TV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외래어 또는 사투리를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 9월 30일 북한 노동신문 기사입니다. 외래어가 끼어들지 못하게 평양말을 쓰자고 촉구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문화어가 말소리, 어휘, 문법 등에서 문화적으로 세련되고 풍부하게 발전되었다고 선전해왔죠.

◀ 차미연 앵커 ▶

지금 보시는 영상은 과거 북한TV에서 방송했던 단막극인데요. 드라마를 통해 평양 표준어를 쓰자고 강조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사투리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드라마로 표현했는데요. 한 번 볼까요?

"내레 가지 뭐" "네? 내려가라고요? 알았습니다. 반장동지가 다 내려가랍니다." "다른 작업도 아직 있는데" "내려가랍니다."

◀ 나민희 ▶

네. 내가 가겠다라고 하는 거를 내려가라 이렇게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정말 큰일 났네요.

"내레 동무한테 가겠다고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소." "오마나! 아니 부소장 동지가 내려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레 내려가겠다로 했지 언제 내려가라고 했는가?"

◀ 이길재 ▶

북한도 남한과 똑같이 각 지역별로 사투리들이 특이한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이제 그 평안도 사투리를 얘기할 때 가장 큰 특징으로 말하는 것 중에 주격 조사가 내를 쓴다고 하는 이런 것들이 있고요. 했수다래 이런 말들이 주로 평양에서 쓰는 말들이고요. 함경도 같은 경우에는 슴둥 슴다 했슴다 했슴둥

◀ 차미연 앵커 ▶

했수다가 북한말이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제주도가 고향이시잖아요.

◀ 김필국 앵커 ▶

실제로 함경도 사투리하고 제주도 사투리가 많이 공유되는 언어가 많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아 그래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했수다 이렇게 많이 하시죠?

◀ 김필국 앵커 ▶

많이 쓰죠.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북한의 문화어는 우리하고 좀 발음도 좀 다르잖아요.

◀ 나민희 ▶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발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랑 어 발음. 그러니까 항상 이제 저는 어라고 얘기하는데 오로 알아 들으시고

◀ 차미연 앵커 ▶

네네 지금 하신 것도 다 오로 들려요. 오와 오 발음 이렇게 아까도 어휘 얘기하시는데 오휘 이렇게 얘기하셔가지고 제가 거기서 딱 알아봤어요.

◀ 김필국 앵커 ▶

으 발음 우처럼 발음하기도 해서 이렇게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2010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된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사진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김정운으로 알고 있었죠.

◀ 김필국 앵커 ▶

그때까지 김정운으로 보도했던 우리 언론들은 김정은으로 바로 잡았었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발음을 잘못해서 생긴 해프닝이었죠.

◀ 이길재 ▶

원래 으 발음은 일본어 모음에 아예 없는 발음입니다. 일본어는 모음이 실제로는 다섯 개밖에 없어요. 아 에 이 오 우 그래서 으가 없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으를 밖으로 발음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거죠. 북한에 처음 가서 북한 파트너를 만났을 때 어떤 분이 이름이 "나는 김송일" 그래서 아 이분이 이름이 김송일이구나 이렇게 해서 아 김송일 씨 그랬더니 아니 김송일 아니고 손바닥에 김 성 일 이렇게 써요. 그런 어떤 발음상의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과 북이 일상에서 소통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언어 차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노력을 이미 하고 계신 거죠?

◀ 이길재 ▶

네. 겨레말 큰사전에서 그런 작업을 벌써 한 18년 동안 해 왔고요. 실제로 겨래 말 큰 사전에서 하고 있는 이런 일은 남과 북의 다른 걸 다른 걸 하나로 합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즉 북한의 인민이 남한 국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또 남한의 국민이 북한 인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요. 앞으로 더 이상은 이질화되지 않도록 그것을 방지하는 작업이 더 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남과 북이 오해를 줄이고 소통을 위해서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 그런데 이런 노력이 필요 없었던 시절에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영상이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조선 글씨와 조선 말소리 이 글씨는 홀소리 11자와 닿소리 17자로 모다 28자 올시다"

◀ 김필국 앵커 ▶

이 육성은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학회 이금로 선생이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프랑스에서 녹음한 겁니다.

"요 사이에 쓰이는 글씨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 야, 어, 여"

◀ 차미연 앵커 ▶

말을 잃어본 적이 있잖아요.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어렵게 지켜낸 우리 말, 남과 북이 따로 또 함께 연구하고 지켜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떠세요?

◀ 나민희 ▶

저도 한국에 와서 최대한 북한 사람인 걸 티 내지 않고 뭔가 좀 더 세련돼 보이려고 외래어를 좀 따라하기도 했었고 많이 들으면 그걸 또 그대로 얘기하기도 했었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상을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이 시간 이후로는 조금 더 외래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셨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길재 ▶

남북 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 되잖아요. 민간단체들만으로는 어떤 한계가 분명하게 있습니다. 남북의 그 남북의 문화나 언어 이런 것들을 보존하기 위한 충분한 뒷받침과 그리고 당국 간의 협의 이런 것들이 많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말을 알아보면서 우리 말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 또 지금부터라도 우리 말을 소중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내일 한글날은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하루 보내면 어떨까요?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15085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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