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IPO 시장 침체에도..'중소형 공모주' 베팅은 지속
청약 경쟁률 1000 대 1 넘기며 흥행
대형 공모주 가뭄 이어지는 가운데
유망 중소형주 '옥석 가리기' 지속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예측·일반청약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는 중소형 공모주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스비비테크는 지난 6~7일 일반 청약에서 1657.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모인 청약 증거금은 4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5일 일반 청약을 마무리한 오에스피는 1018.6 대 1의 경쟁률로 일반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오에스피는 지난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수요예측에서도 1582.84 대 1의 경쟁률로 공모가를 희망가 상단인 8400원에 결정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공모 절차를 마무리했던 모델솔루션(1514.8 대 1)과 이노룰스(781.3 대 1)도 일반 청약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중 모델솔루션엔 5조 1125억 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소형주라는 점이다. 에스비비테크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37억 원이며, 오에스피도 이와 비슷한 785억 원이다. 이노룰스의 경우 643억 원으로 에스비비테크·오에스피보다도 낮다. 모델솔루션도 공모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시가총액이 1727억 원 수준이었다.
IB 업계에선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 ‘대형주 기피 중소형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증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상장 직후 매도 압력이 큰 대형주보다는 공모 물량이 작은 중소형주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IPO 시장에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PO에 나선 회사들이 일제히 기대 몸값을 낮추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외 증시가 동시에 부진하면서, 이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회사들의 시총도 일제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나름대로 독특한 사업 특성을 보유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에스비비테크는 국내 최초로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를 상용화해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고, 오에스피는 국내 반려동물용 유기농 식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유한 업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모델솔루션은 한국타이어그룹의 계열사라는 점, 구조적인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프로토타입(시제품) 생산 업체라는 점, 그리고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 비율이 15%대로 낮다는 점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공모 흥행에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IPO 시장에 ‘노크’하는 종목의 상당수가 중소형주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단위 대어’가 넘쳤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올해 4분기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예년 대비 많은 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9월 30일 기준 34개 기업이 수요예측 일정을 진행 중이고, 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48곳”이라며 “올해 4분기엔 지난 1999~2021년 평균 39개 기업에 비해 더 많은 회사가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라이온하트스튜디오(예상 시총 3조 565억~4조 4998억 원), 제이오(4999억~5999억), 윤성에프앤씨(4229억~4947억 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모가 기준 시총이 3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중소형주다. SK쉴더스·원스토어·현대오일뱅크·CJ올리브영·현대엔지니어링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하는 등 대형주들이 올해 유독 공모주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의 IPO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유망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공모주 투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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