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이자폭탄에 떠는 제약사들
[편집자주]상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삼중고'에 제약·바이오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해 생산 단가가 늘어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고 고금리로 인한 자금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계 특성상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의약품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맞이한 삼중고를 짚어봤다.
▶기사 게재 순서
①무서운 킹달러… 허리 휘는 바이오
②고금리 이자폭탄에 떠는 제약사들
③쌍화탕값, 40% 뛰었다… 고물가에 줄줄이 오르는 일반약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자 폭탄에 떨고 있다. 늘어난 대출금에 높은 이자율까지 적잖은 부담을 떠안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8월까지 2.5%까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1년 새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단기차입금은 10% 이상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은행 대출금을 가리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매출 상위 10개사의 단기차입금은 2조1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 늘었다. 대상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일동제약 등 1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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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회사채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전 세계 각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기업들은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은 ▲2019년 36조2274억원 ▲2020년 33조3358억원 ▲2021년 33조3055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9월까지 순발행액이 8조42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조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기업의 영속을 위해 진행하는 연구·개발(R&D)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터라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선 회사채 발행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다른 자금보다 이자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다 회사채 만기 도래 시기에 금리 인상이 겹쳤다. 지난달 기준 최고 신용등급으로 평가받는 AAA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4.6%에 이른다.
금리 인상 시기에 늘어난 대출금은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제조업 기반 기업 3곳 중 2곳이 고금리로 기업운영이 힘들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기업 307개사 가운데 61.2% 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어려움이 없다'고 답변한 기업은 12.7% 에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금리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재편, 신규사업 투자에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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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대출 금리로 내는 이자율이 최대 4.60%까지 치솟았다.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이자율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40%포인트(p) 증가한 최대 3.60%다. 다른 기업들도 최소 0.30%p에서 최대1.84%p까지 이자율이 뛰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이자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행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단기차입금이 대부분 변동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재 대기업 10곳 중 3~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상당 기업들이 유동성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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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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