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빨리할 걸".. 지방 분양 쏟아내며 미분양 걱정인 건설사들
한산했던 분양시장이 10월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분양단지를 바라보는 시공사나 시행사, 분양대행사의 마음은 편치 않다. 부동산 시장이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미분양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돼서다. 일각에선 올 초에 분양할걸 괜히 미뤘다는 탄식도 나온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는 분양가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완판(완전히 판매되는 것)을 노릴 계획이지만, 시장 분위기가 상반기와는 영 달라 어느 정도 미분양은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8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방 36곳에서 10월 말까지 총 21개 단지, 1만7626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부산(5194가구), 경남(5071가구), 대구(4011가구), 대전(3161가구), 경북(2848가구) 등에 분양 물량이 많다. 부산에서는 강서구 강동동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센터파크(972가구)가 분양하고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역자이(1300가구), 대전 서구 용문동에서 둔산 더샵엘리프(2763가구)도 분양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던 단지 상당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분양을 미룬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좀 더 높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시간이 지날 수록 택지비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분양을 뒤로 미뤄달라는 시행자가 많았다”고 했다. 이런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 이뤄지자 대거 분양에 나섰다.
분양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하는 것도 분양을 서두르는 이유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청약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부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한자릿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분기(1~3월) 12.3대 1, 2분기(4~6월) 12.4대 1을 기록하다 3분기에 4.2대 1로 하락했다.
그런데다 미분양 주택은 작년 대비 2배가 됐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말까지 1만5000여 가구 수준이었는데 8월 말 기준으로 3만2722가구로 늘었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 미분양은 5012가구다. 미분양이 더 쌓이기 전에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안에 분양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선 사업지에선 분양을 서두르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분양도 문제가 없는 서울 강남 일대는 미뤄도 될 수 있지만, 수도권만 해도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반기에 분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분양 환경이 나빠진데다 분양가 상한제도 기대했던 것만큼 완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조금 올리기 위해서 더 큰 미분양 손실을 떠안게 된 셈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분양가가 소폭 올라간 것과 비교하면 좀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했다.
시공사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은 시행사 입장을 고려하다보니 분양일정을 미룬 단지가 많아 올해 분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지방 사업장일 수록 올 초에 분양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 대부분은 분양 목표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말 현재 현대건설(68.9%), GS건설(61.1%), 포스코건설(51.4%)은 그나마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채웠지만 롯데건설(33.4%), 삼성물산(32.1%) 등은 목표치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했다.
시행사들은 규제가 풀린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방 부동산 경기 냉각을 방지하기 위해 세종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을 조정지역에서 해제했다. 비조정지역으로 바뀌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완화됐다.
또 한 가구당 2건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으면 반드시 기한 내에 전입해야 하는 조건이나 다른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조건도 적용받지 않는다. 청약시장 진입조건도 완화됐다. 청약통작 6개월 이상이면 1순위 청약자격을 받을 수 있고 세대원이나 다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공사비 증액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분양가가 싸다는 논리로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를 고급화 할 경우 공사비는 3.3㎡당 5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고급화를 배제한 공사비가 3.3㎡당 700만~800만원까지 나오고 있고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일단은 어느 정도 청약 미달을 예상하고 분양을 진행하는 분위기”라면서 “예전처럼 청약만 하면 모두 팔리는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홍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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