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에서 'ㄱ'을 보다 [우리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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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ㄱ 하나를 위해 낫을 찾아온 것인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지금 한글은 한국인의 삶에서 의식주와 그 가치가 동등하다.
그 외에도 L자나 M자, V자와 W자는 모양을 말하는 여러 곳에서 자주 쓰인다.
이응다리는 그 둘레가 1,446m라는데, '1446'이란 숫자는 곧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연도이니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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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ㄱ 하나를 위해 낫을 찾아온 것인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지금 한글은 한국인의 삶에서 의식주와 그 가치가 동등하다. 한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누구나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한글과 더불어 살면서 '낫 놓고 ㄱ'처럼 삶과 한글이 연관된 예는 얼마나 있을까?
영어 표현을 보면 알파벳의 모양을 본뜬 말이 꽤 많이 나온다. A라인 스커트, H라인 원피스와 같은 말이 있고, 도로에는 U턴, P턴이 있다.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꼭 통과해야 했던, S자나 T자 길도 있다. 그 외에도 L자나 M자, V자와 W자는 모양을 말하는 여러 곳에서 자주 쓰인다. 그럼 한글 이름과 우리 삶의 거리는 어떠할까?
우선 집 모양을 말할 때 ㄱ자집, ㄷ자집, ㄹ자집, ㅁ자집 등이 있다. 한글 이름 중에서도 특히 ㄷ에 대한 예시가 많다. 태권도에서 디귿자 지르기, 바느질에서 디귿자 공그르기, 건설 분야에서 디귿형강 등이 나온다. 그 외에 한글을 일상화한 표현은 더 이상 보기 어렵다. 모양 앞에서는 오히려 도형의 영어가 등장한다. 조금 반듯한 네모형 공간이라면 어김없이 스퀘어(square)가 등장한다. 트라이앵글(triangle), 다이아몬드(diamond)처럼 비교적 익숙한 말을 넘어, 펜타곤(pentagon), 옥타곤(octagon) 등도 보이는 현실이다.
한글 이름이 왜 잘 쓰이지 않을까? 많은 한국인이 '기역, 디귿, 시옷'을 말할 때 긴장한다. '키읔', '티읕'과 헷갈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기역, 디귿, 시옷'은 세종대왕이 붙인 이름이 아니니, 세종대왕을 탓하면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이응다리'에 대한 뉴스는 놀라웠다. 이응다리는 세종시 세종동 금강보행교이다. 세종대왕에게서 시 이름을 가져온 만큼, 다리 이름도 한글에서 가져왔다. 이응다리는 그 둘레가 1,446m라는데, '1446'이란 숫자는 곧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연도이니 더욱 놀랍다.
사람들이 많이 불러 주고 연관을 지어 주면 그 말은 오래오래 살아남는다. 하루에 U턴의 U를 쓰는 반만이라도 한글을 떠올려 주면 한글 이름도 제 것이 된다. ㄱ, ㄴ, ㄷ을 만든 세종대왕 덕분에 한국사람 대다수가 수월하게도 고급스러운 문자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보답을 할 방법은 없을까? 답답한 마음에 'ㄱ을 위해 낫을 찾은 정성'은 참 대단하다. 이제는 '낫에서 ㄱ을 찾는 정성'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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