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에브리씽’의 시대, 대한민국은 잘 될겁니다

이용성 국제부장 2022. 10. 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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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응원 구호와 박수소리로 나라가 떠나갈 듯 했던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감격이 어느새 20년 전의 기억이 되어버렸다. 월드컵 거리응원의 ‘성지(聖地)’인 시청앞 광장을 지나다 문득 깨달은 사실이다. 온 국민이 축구로 하나가 된 그때의 감동을 생각하면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20주년이 너무 조용히 지나가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1970년대생인 필자는 어린시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월드컵 이후 불과 20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위상은 거기서 다시 ‘퀀텀 점프’를 했다. 2002 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을 세계인의 뇌리에 새롭게 각인시킨 일대 사건이자 전환점이었다.

자동차 대기업 해외영업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공교롭게도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2002년 국내 한 영문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전직(轉職)했다. 이듬해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각각 일본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류(韓流) 현장 취재는 업무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한류는 대체로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기를 끈다는 건 세대가 두세 번은 바뀌어야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스마트폰과 이를 기반으로 급속도로 진행된 소셜미디어 혁명 덕분에 그 시간은 수십분의 1로 단축됐다.

촉매 역할을 한 건 2012년 가요계 최고 히트곡이자 그해 세계 최고 히트곡이기도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초로 10억 뷰, 20억 뷰를 돌파했다(지난 8월에는 조회수가 45억 건을 넘어섰다).

싸이는 당시 K팝 가수들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의 신조어)’으로 여겨지던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했다. K팝 아티스트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정복 꿈은 ‘강남스타일’ 열풍 1년 뒤인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에 의해 현실이 됐다.

BTS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비틀즈와 비교될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핫100′ 싱글차트엔 협업곡 포함 6곡을 정상에 올렸고,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선 다섯 번 1위를 기록해 세계 음악시장을 놀라게 했다.

20년 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월드컵 4강 신화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는 K팝과 K드라마의 범주를 넘어 클래식 음악과 영화, 스포츠, 경제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시작된 클래식 음악계 한국 연주자들의 낭보(朗報)는 지난해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부소니 콩쿠르 우승과 지난 5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6월 첼리스트 최하영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같은 달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이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경제 수준도 눈부시게 달라졌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갖춘 소위 ‘30-50 클럽’에 가입한 7개국 중 하나다. 나머지 6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의 면면을 보면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분단의 비극을 딛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라는 만만치 않은 이웃에 시달리며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타임, 뉴스위크와 함께 미국 3대 시사주간지로 꼽히는 ‘US뉴스&월드리포트’는 얼마 전 발표한 전 세계 국가별 국력 순위에서 한국을 프랑스와 일본보다 높은 6위에 올려놓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조명하며 표현한 것처럼 바야흐로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이 주목 받는 ‘K에브리씽(everything·모든 것)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 국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래도 정치성향과 지역, 종교를 떠나 자랑스러운 건 함께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모아진 마음은 위기 극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하나된 그때 그 모습과 감격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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