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자그마한 믿음·상상만 있다면 산과 나무도 움직일 수 있대요

이태훈 기자 입력 2022. 10. 8. 03:04 수정 2022. 11. 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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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프레야 블랙우드 지음·그림 | 미디어창비 | 48쪽 | 1만5000원

늘 혼자인 소년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혼자 학교로 갔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 때도 혼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집에 오면 일하는 아빠, 갓난쟁이 동생을 돌보는 엄마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혼자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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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방은 온통 코끼리 그림과 인형으로 가득했다. 집과 집 사이 빈터에서 자란 나무들이 유일한 친구였다. 가을이면 이파리 붉게 물든 그늘에서, 겨울엔 눈 쌓인 가지 아래서 공을 차며 놀았다. 그러다 봄이 돌아오면 파릇파릇 새잎들 속에 둥지를 지은 작은 새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나무는 어느새 소년의 마음속에서 커다란 코끼리가 됐다.

하지만 세상은 소년의 사정 따위 돌보지 않는다. 나무가 있는 땅에 ‘부동산 판매 완료’ 표지가 세워지고, 이제 나무들은 곧 베여 나갈 운명이다. 정말 이렇게 영영 이별일까. 혼자 고민을 거듭하던 소년이 코끼리 코 같은 아름드리 나무 둥치를 붙들고 운다. 울다 울다 포기하려 할 때, 마침내 기적이 일어난다. 나무들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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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그림책’인데도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명징하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며 저마다 이야기를 빚어낼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하나하나 가슴에 담고 살아갈 마법이다. 간절히 소망하면 이뤄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쓸모없는 데 시간 낭비 말라’고, ‘넌 아직 세상을 모른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겨자씨만 한 믿음이면 산이라도 옮길 테니까. 차이를 만들어 끝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상상의 힘이니까.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작가의 책. 중환자 병동 아이들을 위해 숨바꼭질을 주제로 벽화를 그리다 코끼리가 나무로, 나무가 코끼리로 변하는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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