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편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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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느립니다. 편지 한 통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까지는 필요한 것도, 준비할 것도 많지요. 적당한 크기의 편지지와 봉투, 지종(紙種)에 알맞은 필기구, 집중해 쓰기에 적당한 장소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 그러므로 누군가가 내게 편지를 썼다는 건 일상의 모든 일을 뒤로 제쳐 놓고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에서 편지가게 ‘글월’을 운영하는 문주희씨의 책 ‘편지 쓰는 법’(유유)에서 읽었습니다. ‘편지가게’라니 뭐하는 곳일까, 궁금했는데 편지지와 편지 봉투, 우표, 필기구 등 편지 쓰기에 필요한 것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네요. 편지와 관련된 책도 준비하고, 익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쓴 후 다른 이가 쓴 편지를 가져가는 편지 교환 서비스도 마련해 놓았다고요. 저자가 일하는 편지가게 두 곳에 찾아오는 손님은 매달 평균 1800명. 손으로 쓰는 편지가 드문 일이 된 디지털 시대의 진풍경입니다.
책은 편지의 첫머리를 시작하는 법과 마무리하는 법은 물론이고 편지 봉투 작성법, 편지지 고르는 법 등을 소개합니다. 우체통과 우체국 이용법까지 설명하는 걸 읽고 있자니 정말로 편지가 우리 일상에서 사라져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되었구나 싶어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한두통씩 꼬박꼬박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외 펜팔은 물론이고 국내 펜팔까지 했던 중학교 때요. 마음 속 이야기에 누군가 응답해준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수업 시간이면 노트에 편지지 끼워놓고 필기하는 척하며 편지 쓰곤 했던 그 소녀는 편지의 시대가 저문 30년 후에도 여전히 매주 독자 여러분께 편지를 쓰고 있는데….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든다’는 격언이 문득 생각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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