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죽었다.. 그 아이 눈동자에서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과거를 보았다
바비와 루사
박유경 | 은행나무 | 241쪽 | 1만4000원
경남 지역 섬마을. 한 아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온 몸에 멍이 있고 일곱 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신원은 불확실하다. 경찰이 확보한 범행 증거도 용의자의 진술도 확실하지 않다.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사건을 파헤치는 사람은 여학생 ‘현서’다. 그는 방파제에서 한 남자가 살아 있는 아이를 끌고가는 것을 봤다. 청록빛 바다를 품은 듯한 아이의 눈동자. 현서는 그 색깔이 잊히지 않는다.
현서는 죽은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한다. 외면하고 싶었던, 학대당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런 현서에게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방파제에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두렵고 겁이 났다. “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이의 시신을 보고 지나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지나치지 않는다. 아물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응시하며 한 줄기 진실을 계속해서 좇는다.
2017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아동 학대 등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섬마을에서 인간성을 지키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현서의 모습을 통해, 우리 주변의 폭력에 눈감지 말자고 말한다.
작가는 “앞으로 재난을 더 자주, 더 많이 겪게 될 확률이 크다”며 “무엇으로 또다시 다가올 태풍을 견딜지는 지금을 사는 모두의 몫”이라고 ‘작가의 말’에 썼다. 작품 속 배경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닮았다. 폭력, 차별과 같은 태풍이 끊이지 않는다. 태풍은 언젠가 올 것이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간 자리가 어떤 모습일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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