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90]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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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아물기 시작하면 그대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Well, the healing has begun. I want to make love to you.)”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소리 높여 노래하는 한 남자. 발 앞에 벌려 내려둔 기타 케이스엔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개가 보인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벌이가 좋지 않다. 그마저도 털어 가려는 동네 양아치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오늘은 평소보다 더 힘에 부쳐 보인다. 그때 다가와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기타 케이스에 10센트를 던져 넣는 여자. 남자는 괜히 빈정상한다. “10센트, 최고네. 고마워요.(Ten cents, brilliant. Thanks.)” 영화 ‘원스(Once∙2007∙사진)’의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가까워진 두 사람. 여자가 방금 들은 곡은 누굴 위해 쓴 곡이냐고 묻자 남자는 그냥 쓴 곡이라고 하지만 여자의 감은 날카롭다. “거짓말. 그 여자 어디 있어요?(Bullshit. Where is she?)” 남자는 희한하게 자꾸 자기 속을 들여다보는 이 여자가 그리 밉지 않다. 여자는 시간이 남으면 악기점에 가서 피아노를 친다. 남자는 피아노 옆에 앉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 보고는 이 여자와 함께하고픈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을 원해요. 당신을 모르기에 더욱.(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방금 부른 노래 가사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사람.
아는 거라곤 서로의 목소리뿐. 지금 그들의 세상엔 오직 둘뿐이다. “천천히 스며들어. 멜로디를 불러줘요. 내가 따라 부를게요.(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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