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與·野 공동 추진이 답이다[동아시론/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2. 10.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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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연금재정 경고등에도 수수방관
베푸는 데 급급.. 설득 요하는 개혁은 뒷전
대승 차원서 합의, 정치적 부담 최소화해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듯하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구성되고,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재정 추계 작업이 시작되면서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국민연금을 개혁했고 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 네 차례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개혁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은 2057년 적립기금 고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기금은 사실상 없어진 상태에서 정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사학연금 역시 2049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현행 제도상으로는 연금보험료율을 소득 대비 9%에서 3배가 넘는 소득 대비 30% 수준으로 인상해야만 그 당시 수급자에게 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시점에 연금 수급을 시작할 2030세대는 불안을 느낀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추가적 수술이 없으면 재정 적자 규모가 더욱 확대돼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처럼 오래전 연금 재정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지만 지난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왔다.

보험료율 인상, 연금지급률 인하, 지급개시연령 연장 등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둔 연금개혁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국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복지 급여를 높이는 데는 거리낌이 없다. 국고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연금의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월 10만 원이 지급된 이후 박근혜 정부는 월 20만 원, 문재인 정부는 월 30만 원, 윤석열 정부는 월 40만 원으로 인상을 국정과제로 설정했고, 최근 민주당은 여기에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일괄적으로 4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연 20조 원(2022년 예산 기준)이 소요되는 기초연금 재원이 단박에 현재의 2배 수준인 연 40조 원으로 높아지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베풀기에 급급하고 연금개혁은 미룬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난 몇 차례의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연금 재정 불안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은 개혁 강도가 다소 약했던 측면도 있지만, 연금의 수급 부담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급속히 악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대수명은 국민연금 도입 초기인 1990년에는 71.7세였으나 2020년에는 11.8년이 길어진 83.5세가 되었고, 2060년에는 90.1세로 연장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근로인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수급자는 증가하는데 가입자는 감소하여 연금 재정이 버텨 나갈 여지가 축소되는 위기 상황이다. 대부분 국민은 이를 체감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왜 하필 지금 개혁해서 우리 세대가 독박을 써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연금개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연금개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만 그 불가피성을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아일보가 올 9월 연금개혁 관련 특별취재의 일환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찬반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반대가 63명, 찬성은 46명이었다. 그러나 질문을 조금 바꿔 ‘아이들과 청년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 67명, 반대가 36명이었다. 이는 연금개혁에서 국민공감대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상당수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연금개혁을 추진할 때 생길 수 있는 정치적 부담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국민 신뢰 추락에 따른 정치적 손실이 더 커진 상황에 처했다. 야당 역시 연금개혁에 반대로 일관하거나 반(反)개혁적 대안으로 맞불을 놓는다면 대안 정당으로서의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연금개혁은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해 늦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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