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목 [詩의 뜨락]

입력 2022. 10. 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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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랑

복날이면 백숙을 끓이던 할아버지
햇볕을 쪼아 먹고 새벽을 토해 내던 닭
뜰을 누비던 발은 잘리고
의젓하던 닭 볏은 버려졌다
오장육부 소갈머리까지 버린 후
당귀와 삼을 품고 푹푹 끓인 닭백숙
온 식구 둘러앉아
쟁반 위에 백숙을 올려놓고
가슴살은 할머니, 다리는 나에게
누이에겐 날개를 찢어 주었다
먹을 거 없는 닭 모가지만 남았다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틈새 살이 아까운 닭 목
당신은 한사코 닭 목이 좋다고
촘촘히 박힌 살을 발려 드셨다
왜 닭 목을 좋아했는지
아버지가 된 후 알았다

-시집 ‘초록 바람’(천년의 시작) 수록

●최태랑 시인 약력

△목포 출생. 2012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도시로 간 낙타’ 등이 있음. 인천문학상, 시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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