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생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날 때 바뀐다"

박성준 2022. 10. 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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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등 방대한 빅데이터서
발굴해낸 인간 이해 새 단서 제공
이성교제 관련 빅데이터 진실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누구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못해"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안진이 옮김/더퀘스트/1만8800원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 국립중앙도서관 기준으로 제목에 ‘빅데이터’가 들어간 책이 올해만 지금까지 78권 발간됐을 정도다. “빅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는 믿음은 참인가, 과장된 신화인가. 명석하면서 재기 넘치는 데이터 전문가의 신간은 술술 읽히면서도 명쾌한 답을 준다. 만국 청춘 공통의 난제인 짝 찾기에서부터 창업과 성공의 비결, 인생과 행복의 정답 등 모두의 고민에 대해 빅데이터가 내놓은 답은 때로는 비범하고 때로는 당연하지만 모두 고개를 끄떡거리게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안진이 옮김/더퀘스트/1만8800원
저자는 전 구글 데이터과학자 출신 경제학자. 이미 2017년 베스트셀러가 된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에서 빅데이터가 찾아낸 상식을 깨는 진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바 있다. 신간에선 모두의 삶에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오케이큐피드 메시지’, ‘위키피디아 프로필’, ‘페이스북’ 등 새로운 방대한 빅데이터에서 데이터과학자들이 발굴해낸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가령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편적인 이성 만남의 채널은 온라인인데, 미국은 전체 커플의 35% 이상이 온라인으로 짝을 만난다. 그러면서 각종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쌓인 이성 교제 관련 빅데이터가 보여준 진실 중 하나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누구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다. 연인을 만나기 전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거나 행복했던 이라야 누구를 만나더라도 새로운 사랑에게서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또 수학가이자 저술가인 크리스티안 러더는 데이트앱인 오케이큐피드에서 데이트 신청을 많이 받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 수천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는 당연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가장 선호도에서 앞섰다. 하지만 또 다른 의외의 집단이 신기하게 선호도가 높았는데, 매우 특이한 외모를 가진 이들이었다. 가령 머리칼이 파란색이거나, 보디아트를 했거나, 독특한 안경을 썼거나, 머리를 빡빡 깎은 사람들이었다. 데이터과학자의 충고는 ‘모, 아니면 도’ 전략이다. “당신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어라.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당신이 극도로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도 미국인 수억명의 납세 기록을 분석한 끝에 나온 새로운 통찰을 전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의 상당수는 불필요하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마세요.’ 나는 이 말이야말로 육아 조언 중에 최고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하는 모든 행동의 결과를 합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고, 부모들이 염려하는 문제에 관해 최선의 결정을 하더라도 아이의 장래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증거는 2011년 이후로도 계속 쌓였다.”

다만, 저자가 부모에게 충고하고 싶은 딱 한 가지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네’다. 방대한 납세자 자료를 분석하자,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에서 자라는 것만으로 아이 장래 소득이 약 12% 증가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결국 그 동네 사는 성인이 어떤 본보기를 보여주냐가 아이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스마트폰으로 6만명 이상에게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행복도는 얼마인가’를 수시로 물은 결과로 만든 행복활동 연구도 흥미롭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는데, 2위는 연극, 무용, 음악회 관람이 차지했다. 3위 역시 전시회, 박물관, 도서관 등이었다. 이를 사람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행복활동 순위와 비교한 결과 그 효용에서 과소평가되는 활동, 즉 우리 생각보다 큰 행복을 주는 활동에는 전시회, 박물관, 도서관 등과 스포츠, 음주, 원예, 장보기 등이 있었고 반대로 과대평가된 활동에는 수면·휴식, 컴퓨터·스마트폰 게임, TV시청·영화감상, 식사·간식, 그리고 인터넷 서핑이 포함됐다.

“우리의 마음은 이런 수동적인 활동들이 실제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그린버그와 내가 실험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이런 수동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것 같은지 물어보라. 그리고 매피니스 프로젝트에서처럼 실제로 이런 수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물어보라. 결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수동적인 활동이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결국 인생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날 때 바뀐다는 게 빅데이터가 우리에게 알려준 삶의 팁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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