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터무니찾기] 지지율 반사효과도 못누리는 민주당, 왜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이토록 힘든 처지라면 반대편에 자리 잡은 야당은 반사효과 덕을 보는 게 상식. 여당의 반대편 자리만 잘 지키고 있어도 눈길을 받고 기대를 모으게 마련이다. 하지만 딱한 처지인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 10월 1주차(4~6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2%. 국민의힘이 33%이니 피장파장. 최근 4주 동안 31%→34%→36%→32%의 흐름이다. 30%대에 갇힌 건데, 아무리 봐도 반사효과는 없다.
떠오르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것. 대선에서 졌는데 곧바로 등판해 국회의원 당선, 당대표 당선이다. 그 과정에서 잡음이 났다. 당 안에서도 지적과 반발이 나왔던 상황이니 여론이 좋을 리가 없다. 여당이 말하는 "방탄조끼를 입었다"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무리수였다는 시선을 피하긴 어렵다. 게다가 대선 때부터 누누이 얘기돼 온 게 '사법리스크'다. 역시 당 안에서도 걱정의 말이 많이 나왔다. 워낙 진행 중인 수사가 많아서 헷갈릴 지경이다. 당에선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수사는 진행 중이다. 당으로선 아무래도 수세적일 수박에 없다.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은 야당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지지부진한 여권과는 다른 야당이길 바란다. 그런데 당대표 방호에 급급하고 다수당이란 힘으로 검수완박, 특검법, 장관 해임 건의안 등을 강행한 정당, 이게 유권자 눈에 보이는 야당의 모습이다. 강성 지지층은 잘했다고 환호하고 더 세게 나가라고 요구하겠지만, 중도를 포함한 다수 유권자가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흥미롭게 보기야 하겠지만 기대를 가져도, 의지를 해도 되는 정당은 아닌 거다.
국정감사가 이번주에 시작됐다. 야당의 시간이다. 정부를 매섭게 질타하는 능력, 무릎을 치는 대안을 내놓는 실력을 보여줄 기회인데 아직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은 없다. 그동안 곳곳에서 터진 정쟁이 국감장이란 공간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고성과 거친 말, 정회와 퇴장의 반복.
이런 모습이 왜 야당만의 탓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권을 노리는 대안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다수의 기대를 받는 정당이 되려고 한다면 통할 수 없는 핑계다. 다음 총선, 차기 대선에서 이기는 게 목표 아닌가. 지지부진한 여당보다는 뭐라도 나아야 할 것 아닌가.
툭하면 격전지로 변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 6일 밤늦게까지 열렸다. 역시나 공격과 옹호의 설전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한 줌도 안 되는 극렬 지지층을 위해서 침묵하는 다수를 너무 희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탄하며 "이 법사위의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 감히 말씀드리건대 우리 모두 불에 탈 것이다. 누구 하나 여기서 살아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무서운 예언 같다. 특히 정권을 다시 맡고픈 야당에 말이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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