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72] 관점 바꾸기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 위에 토핑으로 딸기나 키위 같은 과일을 첨가하면 그 순간 아이스크림이 이전보다 건강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과일을 먹다가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리면 어쩐지 건강하지 않은 선택처럼 느껴진다. 단지 선택과 실행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반드시 끝내는 힘’의 저자 아옐릿 피시배크는 어떻게 해야 우리가 애초에 계획한 일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중요도가 낮은 목표를 먼저 수행하고, 높은 목표를 수행하는 것이다. 작은 성취감이 작업 효능감을 높여 상승 동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미리 치우고, 도박 성향이 있다면 일정량의 현금만 챙기고 지갑을 호텔에 두고 나오는 것도 효과적인데 이것이 ‘사전 약속’이다. 금주나 금연에 실패하면 사전에 약속된 벌금이 부과되는 ‘동기 부여 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험 결과 싫어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단체에 내 벌금이 후원금으로 전달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협회에 내 돈이 기부된다는 사실을 좋아할 평화주의자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사람은 처음과 끝을 더 선명히 기억한다. 중간 과정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9회 말 홈런이나 전반전 3분 만의 첫 골을 더 잘 기억하는 건 그런 이유다. 이를 ‘초두 효과’와 ‘최신 편향’이라고 부르는데, 영화의 ‘반전’이 엔딩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므로 ‘점심’을 ‘하루의 중간이나 오전의 끝’이 아니라 ‘오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건강한 메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발을 잘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저축이나 운동을 할 때 역시 1년보다는 한 달, 일주일 단위로 기록하는 게 좋다. 지루한 중간 과정이 짧을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계획은 ‘월요일, 매달 1일, 새해, 생일’처럼 출발 효과가 큰 것이 효과적이다. 삶은 결국 우리가 한 선택의 총량이다. 매일의 사소한 선택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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