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코인거래소 중 4곳, 테라 사태後 상장 급격히 줄여
국정감사서 언급된 '테라 後 상장개수'.."산업 성장 저해"vs"자정작용"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올해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를 뒤흔든 테라·루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개 거래소 중 4개 곳이 코인 또는 토큰에 대한 신규 상장수를 급격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뉴스1>이 올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국내 5대 거래소의 신규 상장 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11일 '테라 사태' 이후 일명 코인 상장을 가장 큰 폭으로 줄인 거래소는 빗썸이었다.
빗썸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원화와 BTC마켓에 총 27개의 코인을 상장했는데 테라 사태 발생 전인 5월 11일 전까지 25개의 코인을 상장했다. 즉 테라 사태 이후 상장한 코인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월별로 빗썸의 코인 상장 개수를 살펴보면 1월 7개, 2월 4개, 3월 5개, 4월 6개, 5월 3개, 6월 1개, 7월 1개이다. 이 중 5월달에는 스테픈이 5월 3일, 마브렉스가 6일, 리퀘스트가 11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업비트가 테라 사태 이후 신규 코인 상장수를 급격히 줄였다. 업비트는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14개의 코인을 원화 또는 BTC마켓에 상장했는데 테라 사태가 발생한 11일 이후에는 단 2개의 코인만 상장했다. 해당 코인은 에이프코인과 레이디움 코인으로 BTC마켓에서 거래 중이다.
월별로 업비트의 코인 상장 개수를 살펴보면 1월 1개, 2월 4개, 3월 1개, 4월 3개, 5월 4개, 6월 0개, 7월 1개이다. 빗썸과 마찬가지로 8월달부터는 신규 상장한 코인이 없다.
코인원도 테라 사태 이후 상장한 코인의 개수가 크게 줄었다. 코인원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24개의 코인을 상장했는데 테라 사태 이후 상장한 코인은 단 4개다.
코빗은 앞서 3개 거래소에 비해서는 테라 사태 이후 상장한 코인 개수가 많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거래소 자체적으로는 테라 사태 전과 비교해 상장 코인 개수가 줄었다.
코빗은 올해 초부터 지난 5월 11일까지 26개, 5월 11일 이후에는 16개의 코인을 상장했다.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대 거래소 중 고팍스가 유일하게 테라 사태 이후 코인 상장개수를 줄이지 않았다.
고팍스는 올해 초부터 이달 초까지 14개의 코인을 상장했는데 그 중 10개를 테라 사태 이후에 상장했다.
◇'테라 後 급격히 줄어든 코인상장개수', 국정감사서도 제기돼…"산업 성장 저해"vs"자정 작용"
업계에서는 테라 사태 이후 거래소들이 신규 코인을 거래 지원(상장)하는 것에 있어서 이전보다 소극적이라는 분위기다.
심지어 전날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루나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거래소들을 더 들여다보면서 거래소가 위축됐고, 상장이 제한되면서 산업 발전도 제한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후 국내 거래소들은 눈에 띄게 신규 상장을 줄였다.
1분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신규 상장 건수는 95건이었으나 2분기에는 59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상장 폐지와 유의종목 지정은 각각 62건에서 85건으로, 92건에서 114건으로 늘었다.
이러한 수치를 두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인들의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다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의견처럼 성장 저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 거래소들 "테라 사태 후 심사 까다로워진 건 사실이지만 하락장 영향도 있어"
다만 국내 5대 거래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테라 사태 이후 상장 코인수가 줄어든 배경은 '이전보다 상장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점도 있지만 거래 지원을 할만큼의 유망한 코인이 최근에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코인 시장이 겪고 있는 하락장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한 거래소 관계자는 통화에서 "테라 사태 이후 이전보다 코인 상장 과정에서 조심스러워진 건 사실"이라며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분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주명부를 상장 신청 시 필수 문서로 추가했다"며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항목을 더 세분화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다른 기관들의 눈치를 보는 것까지는 아니다"라면서도 "상장 심사 과정을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맞다"라고 말했다.
실제 5대 거래소가 테라 사태 이후 만든 공동협의체인 닥사에서는 지난 3일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래지원(상장) 여부는 각 사 절차와 기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공통 가이드라인에 따른 평가는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들은 거래지원 심사 시 외부전문가를 심사위원회에 최소 2명 또는 30% 이상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오는 1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한편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있기 때문에 실제 진행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전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며 "하락장에 있다는 점도 상장 개수가 줄어든 것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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