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아무 영화나, 시간대 맞는 것으로

2022. 10. 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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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이 영화제가 생기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문화행사는 거의 전부 서울에서만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그 전의 광주 비엔날레 같은 행사가 1990년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열리고 국내외 관객이 많이 몰리며 국제적으로 이 도시들이 알려졌다.

서양도 그 나라 수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국제적 영화제나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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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이 영화제가 생기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문화행사는 거의 전부 서울에서만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그 전의 광주 비엔날레 같은 행사가 1990년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열리고 국내외 관객이 많이 몰리며 국제적으로 이 도시들이 알려졌다.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시도하게끔 유도한 계기가 되었다. 서양도 그 나라 수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국제적 영화제나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 많다. 프랑스의 칸, 이탈리아의 베니스, 스위스의 로카르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등이 그렇다.

나는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일을 하다 보니 주위에서 ‘영화제에 가서 무슨 영화를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아예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그 전에는 영화제에 가본 적이 없는데 이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사람들이다. 영화광이거나 영화제에 자주 다닌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영화를 찾아보지만 영화제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은 어떤 영화를 골라서 보아야 할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답을 해주기 곤란한 질문이다. 만약 영화제 출품작을 심사하는 과정에 참여했으면 본 작품 중 어떤 작품이 좋았는지 얘기해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영화 관계자이거나 영화업계 종사자이더라도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들을 아직 보지 않은 상태라 딱히 추천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영화제는 잘 알지 못했던 영화, 영화인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니 그냥 맞는 시간대에 있는 아무 영화나 보라고 대답해준다. 그렇게 그냥 시간 맞아서 본 영화가 나중에 중요한 작품이 될지, 그 작품을 만든 영화인이 앞으로 유명해질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제는 영화계의 미래의 재능,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회이고 영화제에 온 동료 관객의 열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물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작품을 보게 되는 경우,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프로그래머와 심사위원들이 엄선한 작품들이니 그들의 안목을 일단 믿어도 된다. 이미 검증된 작품을 보는 안전한 선택을 하려면 나중에 일반 극장이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공개한 영화를 보면 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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