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통제..삼성·SK 중국 사업장 '긴장'
'시진핑 3연임' 앞둬 반발할 듯..전 상무부 차관보 "냉전 도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7일(현지시간)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기 위한 신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산 첨단 기술·장비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 차단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구상의 일환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가 시행되면 중국에 사업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당 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있는 중국은 고강도 대중 수출통제 조치에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미 상무부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들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6일 보도했다. 새 조치에는 미국 기업들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기술·장비를 판매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YMTC, CXMT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로이터는 전망했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외국 기업들도 미국산 장비 구매 시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엔 ‘거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는 수준으로 문턱을 높인 반면, 외국 기업들엔 건별 심사 절차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해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외국 기업들에 대한 장비 수출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신규 수출통제 조치 실행으로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부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최신 장비를 도입할 경우 미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과거보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비용과 리스크가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을 바짝 추격해온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는 그간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한 반도체 관련 제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기술·장비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는 ‘화웨이식 제재’를 사실상 중국 반도체 기업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케빈 울프 전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는 6일 신규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라며 “수출통제의 냉전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컴퓨팅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통보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에 14㎚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날 뉴욕주 IBM 연구센터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과학법의 가드레일 조항(미국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의 중국 투자 제한)과 관련, “기업들이 미국 납세자의 돈을 받고 돌아서서 중국에 우리의 공급망과 국가안보를 해치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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