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즐긴 축구게임 '피파23'

김영찬 객원기자 2022. 10. 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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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작으로는 어렵지만 완성도는 최고 수준인 축구 게임 교과서

- 피파23 공식 트레일러

기자는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해 본 적은 있지만, 대부분 수비수 포지션에서 다른 친구들을 응원하는 역할이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오락실에서 할 수 있었던 '테크모 월드컵98'이라던지 '피파 온라인' 같은 게임을 몇 번 플레이 해보긴 했지만, 얼마 못 가서 금세 포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못해도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와 나 너무 못하는데...?"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 정도였다. 평소에 즐겨왔던 RPG나 AOS류의 게임들은 플레이하는 캐릭터 하나를 중심으로 모든 상황이 흘러가기 때문에 내 캐릭터만 신경 쓰면 된다.

축구 게임은 완전히 달랐다. 내가 직접 조작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도 신경 써야 한다. 공을 잡고 상대 팀의 골대까지 가는 동안 끊임없이 동료 선수들의 위치와 상대 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포메이션에 따라 상황도 달라진다.

단축키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순히 슛, 패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쓰루 패스', '얼리 크로스' 등 실전에서 사용되는 단축키가 많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능력치나 개인기도 다양해서 축구에 관심이 없는 유저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장르 : 스포츠(축구)
출시일 : 2022년 9월 30일
개발사 : 일렉트로닉아츠(EA)
플랫폼 : PC, PS, XBOX, SWITCH



■ 15년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변한 퀄리티

-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피파23
- 실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모션이 자연스럽다

사실 기자는 피파23의 정확한 출시일도 알지 못했다. 워낙 관심이 없었고 해야 하는 게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시일에 맞춰서 축구를 좋아하는 지인이 권유를 해왔다. 물론 처음에는 거절했다. "할 게임도 많은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요한 지인의 설득에 결국 넘어가 버렸다. 지인의 설득 멘트를 듣다 보니 손흥민 선수를 플레이하는 기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예전보다는 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게임에 접속하고 연습 아레나에 들어가서 느낀 첫인상은 "정말 많이 발전했네"였다. 그동안 축구 게임에 관심을 끊어서 전혀 몰랐는데 마지막으로 축구 게임을 했던 2007년과는 수준이 완전히 달랐다.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그중에서 압권이었던 것은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볼을 터치하고 드리블을 하거나 상대 팀 선수와 몸싸움 하는 모션들이 살아 있는 선수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 진짜 구단주 뺨치게 현실적인 '얼티밋 팀 모드'

- 다양한 모드로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 포지션이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임의로 스쿼드를 구성했다

가볍게 연습 모드를 체험하고 실전에 뛰어들었다. 첫 경기는 AI와의 대결이었는데, 난이도를 너무 낮춘 탓인지 싱겁게 승리해버렸다. AI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자신감이 붙은 기자는 바로 'Ultimate Team 모드'를 진행했다.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하고 바로 다른 유저와 온라인 경기를 치렀다. 자만의 댓가는 혹독했다. 4대 0으로 처참하게 패배했다. 가장 낮은 수준의 AI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실력이었다. 아직 유저들에게 비비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다른 게임 모드로 시선을 돌려봤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모드가 감독 커리어 모드였다. 실존 구단의 감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감독을 만들 수도 있다. 감독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굉장히 높은 자유도에 깜짝 놀랐다. 이름과 국가는 물론이고 의상과 외모까지 섬세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유저에게 제공되는 프리셋뿐만 아니라 조절을 이용해서 위치와 간격을 설정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끝나면 실제 구단을 운영하거나 나만의 가상 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된다.

- 커스터마이징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 감독 커리어 모드로 팀을 운영할 수도 있다

모든 설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일정표가 제공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선수를 훈련시키거나 경기를 치르는 등 구단을 운영하는 모든 것에 관여할 수 있다.

감독 커리어 모드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콘텐츠 구현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선수를 훈련시키고 경기를 치르는 것뿐만 아니라 예산을 관리하고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 재정 상황이 안 좋아 지거나 구단에 문제가 생기면 수신함으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선수들이 채팅으로 말을 걸어오면 상황에 맞게 답변도 할 수 있다.

유스 아카데미에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1군에서 활약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구단의 상황에 맞게 육성할 수 있었다. 특정 포지션에 선수 풀이 부족하다면 해당 포지션으로 육성해서 1군으로 승격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유저가 직접 경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구단과 경기를 진행할 때 시뮬레이션 옵션을 선택하면 선수들은 자동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유저는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상황에 맞게 전술을 변경할 수도 있고, 시뮬레이션을 중단하고 직접 선수를 조작할 수도 있다.
 

■ RPG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클럽모드'

- 내가 생성한 선수의 정보를 로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 RPG처럼 투자한 스킬에 따라 선수의 육성 방향이 달라진다
- 클럽 커스터마이징도 높은 자유도를 자랑한다

유저가 온전히 선수 한 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클럽 모드'도 플레이했다. 클럽 모드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가이드를 참고했는데, 굉장히 신선했다. 선수 11명을 모두 플레이하는 평범한 모드와 달리 클럽 모드는 유저가 생성한 선수 한 명을 육성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유저가 생성한 선수는 다양한 스탯, 특전을 통해서 선수의 포지션에 맞는 방향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정해진 포지션이라도 다양한 방향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같은 공격수 포지션이라도 드리블과 스태미나 스탯에 투자해서 과감하게 상대 수비수를 돌파하는 공격수로 육성할 수도 있고, 중거리 슛 스탯에 투자해서 먼 거리에서 득점을 노려볼 수도 있다.

경기에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칭을 이용해서 클럽의 용병으로 참가할 수 있고, 다른 유저가 만든 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이 클럽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만든 클럽은 커스터마이징도 된다. 유니폼과 문장뿐만 아니라 공과 경기장도 원하는대로 설정 가능하다. 클럽의 전술을 짜고 클럽에 가입한 유저들과 한 팀을 이루어서 다른 클럽과 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RPG의 길드, 클랜 시스템과 유사한 대목이다. 

처음에는 선수 한 명만 컨트롤한다는 설명을 듣고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경기를 해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 팀에 모든 선수가 유저다 보니 부담감이 꽤 심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어느새 포지션은 무시하고 공만 쫓아다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 스트릿 감성을 제대로 살린 '볼타 풋볼'

- 정식 축구 경기와는 다른 느낌
- 서브 콘텐츠인데도 굉장히 디테일하다

피파23의 모든 모드 중에서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볼타 풋볼' 모드다. 볼타 풋볼 모드 역시 유저가 생성한 선수를 중심으로 플레이한다. 최대 4명의 유저가 매칭을 통해 팀을 만들고, 상대 팀과 경기를 치른다. 볼타 풋볼 모드는 선수교체, 오프사이드뿐만 아니라 선수의 피로도와 스태미나 시스템이 없어서 규칙과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볼타 풋볼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스킬 미터' 시스템이다. 화려한 패스를 하거나 개인기로 상대를 제치는 등 현란한 플레이를 해내면 스킬 미터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점수를 1000점 채울 때마다 단계가 활성화된다. 1단계가 활성화된 상태라면 득점했을 때 2배의 점수를 받게 되고, 2단계가 활성화되었다면 3배의 점수를 받는 형식이다.

볼타 배틀을 통해서 AI와 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자신이 생성한 선수와 AI 선수 두 명과 팀을 만들고 다양한 지역의 팀과 경기를 갖는다.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어서 기자는 시작부터 가장 높은 레전더리 난이도로 플레이해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순식간에 패배했다.
 

■ 축구를 좋아한다면 꼭 해봐야 할 게임

- 축구게임 초보자 입장에선 조금 어려운 게임이다
- "흥민이 형 맞지…?"

지난 며칠간 꽤 진지하게 피파23을 플레이했다. 학창 시절에 가졌던 선입견에 비해 충분히 재밌게 즐겼다. 물론 패배가 누적될 때마다 'ALT+F4'를 누르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워낙 역사가 길고 시리즈도 많은 게임이라 꾸준하게 전작들을 플레이해온 유저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솔직히 너무 큰 실력 차이 탓에 "계속 연습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커지기만 했다.

하지만 개발사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여러 모드를 제공해서 내게 맞는 콘텐츠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감독 커리어 모드, 클럽 모드, 볼타 풋볼 모드 등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는 모드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축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훌륭한 그래픽에 선수들의 모션도 환상적이다. "여기서 더 발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훌륭한 그래픽에 비해 선수들의 외모 구현도는 생각보다 떨어졌다. 정말 유명한 선수들이 아니면 못 알아볼 정도로 디테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축구에 관심이 많은 유저라면 꼭 해보라고 권유해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비록 국제축구연맹과 라이센스 협상이 결렬되어 다음 작품부터는 'EA SPORTS FC'라는 이름으로 바뀌지만 충분히 작품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점

1. 다양한 모드로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한다.



2. 화려한 그래픽과 선수들의 정교한 모션으로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3. 커스터마이징 자유도가 굉장히 높아서 다양한 외형 설정이 가능하다.



단점

1. 단축키, 선수 능력치, 전술, 전략 등 플레이어가 숙지할 요소가 많다.



2. ULTIMATE TEAM 상위권 달성 위해선 많은 과금을 요구한다.



3. 선수들의 얼굴 모델링 디테일이 떨어진다.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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