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부 폐지가 여성 보호 강화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행정안전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긴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에 대해 “여가부 폐지는 여성과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권력남용에 의한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하자”고도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데다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여가부 폐지가 여성과 약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지우면서 관련 정책을 주도할 권한도 여러 부처로 분산시켜 놓았다. 교육을 위해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방을 위해 국방부를 폐지하겠다는 소리나 매한가지다. 여성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보호 대상으로 보는 윤 대통령의 가치관도 시대착오적이다. 피해호소인 시각에서 탈피하자는 윤 대통령 발언은 2020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이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으로 표현하며 2차 가해를 했음에도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여가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것이 여가부 폐지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식이면 살아남을 정부 부처나 조직은 없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이날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성평등 강화 체계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여가부의 주요 기능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돼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들어서면 인구 감소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논리적 비약과 견강부회를 넘어, 여성을 출산 도구로 보는 퇴행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자체 전략추진단을 만들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해왔다고 한다. 김 장관은 어떤 사람들로부터 언제 어디서 무슨 의견을 들었는지 공개하기 바란다.
이날 전국 115개 여성단체는 긴급 성명을 내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윤석열 정부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각 지역의 여성단체연합, 여성회, 민우회,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풀뿌리 단체 등이 총망라됐다. 이들 단체는 “여가부 폐지는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명백히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규탄했다. 여가부 폐지가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것이라면 여성단체들이 모두 일어나 이처럼 강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폐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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