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지략 대결, 아우 먼저 웃었다
사상 첫 형제 사령탑 맞대결서 동생 조동현 '판정승'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열린 ‘쌍둥이 형제 감독’ 맞대결에서 동생이 승리를 거뒀다.
조동현 감독(46)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가 7일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2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4강전에서 형 조상현 감독(46)이 이끄는 창원 LG를 82-78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조상현 감독과 조동현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성사된 첫 맞대결로 큰 관심을 끌었다. 5분 먼저 태어난 형 조상현 감독은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LG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동생인 조동현 감독은 현대모비스에서 수석코치로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다 지난 6월 유 감독이 물러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KT(2015~2018)에서 형보다 먼저 사령탑으로 데뷔했던 조동현 감독은 4년여 만에 다시 프로농구 감독으로 복귀했다.
곧 개막하는 2022~2023 정규리그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쌍둥이 형제 감독의 대결은 이번 컵대회에서 양 팀이 나란히 4강에 진출하면서 일찍 성사됐다.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두 감독은 유쾌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형인 조상현 감독이 “자기 위치에서 서로 잘하면 좋겠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양보하길 바란다”고 하자, 동생 조동현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LG가) 6전 전패를 당하도록 준비하겠다”며 맞받았다. 형제간 자존심 싸움처럼 경기는 치열한 접전으로 이어졌다.
경기 내내 펼쳐지던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4쿼터 막판에 가서야 기울었다.
경기 종료 1분21초를 남기고 게이지 프림(20점·17리바운드)이 5반칙 퇴장을 당해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현대모비스는 경기 종료 34.5초를 남기고 이우석(13점·5어시스트)의 골밑 득점으로 79-78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LG의 공격을 강력한 수비로 잘 막아낸 뒤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 중 하나를 론 제이 아바리엔토스(17점·3점슛 4개)가 성공시켰다. LG는 단테 커닝햄(10점·6리바운드)이 시도한 마지막 3점슛이 빗나간 뒤 커닝햄이 U파울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마친 조상현 감독은 “형제 대결이라는 말은 선수 생활할 때부터 많이 들어 큰 감흥은 없었다. 지금 나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리에 있고, 상대가 조동현 감독이라서 더 준비하는 것은 없다. 진 건 진 거고 팀이 더 좋아지는 데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 나선 ‘승장’ 조동현 감독은 “준비를 잘해서 온 것 같다. (형과 나) 둘 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임에도 재미나게 했다. 오늘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봤다. (LG가) 최선을 다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결승전 상대는 수원 KT다. KT는 이날 4강전에서 고양 캐롯의 추격을 뿌리치고 88-83으로 이겼다. KT는 2~4쿼터에서 캐롯에 줄곧 뒤졌지만, 1쿼터에서 29-7로 크게 앞선 덕에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정성우가 28점·7어시스트, 이제이 아노시케가 19점·13리바운드의 더블더블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모비스와 KT의 결승전은 8일 오후 2시 통영체육관에서 열린다.
통영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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