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차준철 기자 2022. 10. 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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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이대호가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의 4번타자.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40)의 분신 같은 별명이다. 언제부터, 어쩌다가 그렇게 불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느 팬이 펼쳐보인 응원 문구, 방송 중계 자막, 야구 웹툰이 시초라는 설들이 분분하다. 영화 <YMCA 야구단>에서 조선 최초 야구단의 4번타자로 나온 배우 송강호의 이미지와 빼닮아 이 별명이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유래가 어쨌든 별 상관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대호가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 애칭이 친숙하고 굳건하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대호는 누가 뭐래도 ‘조선의 4번타자’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눈부신 성과를 쌓았다. 국내 리그에서 유일하게 타격 7관왕과 트리플크라운(타율·홈런·타점왕) 2회를 달성했고,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썼다. 국내 타자 중 처음으로 한국·일본·미국 리그를 뛰었고, 세 나라에서 모두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별명에 걸맞게 국제대회 성적도 탁월했는데,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타를 날리는 명장면을 남겼다.

21년간 프로야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대호가 떠난다. 이제 딱 1경기 남았다. 8일 부산 사직 홈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올 시즌 종료 뒤 은퇴를 일찌감치 선언한 터라 이미 예정된 마지막 경기인데도 팬들의 아쉬움이 무척 크다. 40세 노장으로 맞은 마지막 시즌을 뜨겁고 빛나게 보냈기 때문이다. 3할3푼대 타율에 100타점, 홈런 23개. 모두 5등 안에 든다. 조선의 4번타자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끝까지 보인 것이다. 홈팬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팬들이 ‘은퇴 투어’에 나선 그를 보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우승 반지 없이 떠나는 게 섭섭하지 않을까, 마지막 시즌에 이토록 잘할 줄 몰랐던 걸까, 내년에도 뛰겠다고 마음을 바꿀 순 없을까…. 팬들은 이런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마음먹었을 때 은퇴하겠다”고만 말한다. 이제 이대호는 역사가 된다.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신의 ‘10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긴다.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이별 선물을 전했다.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무언지를 보여주면서.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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