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몸매? 아니, 패션은 '철학'[책과 삶]

최민지 기자 2022. 10.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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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말들
알렉산드라 슐먼 지음·김수민 옮김
현암사 | 320쪽 | 1만6000원

2016년 패션 잡지 ‘보그’ 영국판의 11월호는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디자이너 의상들을 소개하는 화보에 전문 패션모델 대신 각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일반 여성들을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달 잡지의 제목은 ‘리얼호(The Real Issue)’, 부제는 ‘모델 프리존(Model Freezone)’이었다.

당시 보그를 이끈 것은 알렉산드라 슐먼 편집장이었다.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간 영국 보그를 이끈 그는 잡지 출간 이래 가장 오랜 시간 편집장을 지낸 인물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리프) 같은 여성을 떠올린다면 착각이다. 슐먼은 깡마르지 않은 몸매에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람이다. 슐먼이 처음 보그 편집장에 임명됐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그는 ‘다가가기 쉽고 현실적인 패션지’라는 길을 개척했고, 발행 부수 20만부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런 슐먼이 에세이 <옷의 말들>을 펴냈다. 패션지의 전설적인 시대를 이끈 그는 이 책에서 화려함 이면의 솔직한 삶과 옷에 대한 철학을 풀어낸다. 빨간 구두부터 브래지어, 트렌치 코트, 보일러 슈트(멜빵 바지), 데님, 슬립 원피스, 임부복, 비키니 등 옷장 속 패션 아이템들에 얽힌 기억과 이에 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파트너와의 관계와 같은 민감한 개인사도 숨김 없이 풀어놓는다. 결국 책은 옷으로 시작해 인생 이야기로 끝난다.

틀에 박힌 아름다움에 반기를 들었던 슐먼이지만, 패션업계와 산업이 가진 여러 문제와 모순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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