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얽매이지 말기, 내가 만족하는 삶 살기[책과 삶]
도시인의 월든
박혜윤 지음
다산초당 | 292쪽 | 1만6800원
지난해 출간한 <숲속의 자본주의자>로 관심을 받은 박혜윤의 신간이다. 저자는 서울에서의 평범한 삶을 접고 가족과 미국의 시골로 가 8년째 살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정기적 근로소득 없이”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며” “소박하고 단순하게” “발전이나 목표 없이” “즐겁게 살아간다”. 여러 삶의 방식들 중 “나답게”,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꾸려내는 삶 속에서 느끼고 깨우친 정갈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도시인의 월든>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깊고 넓게 다시 읽은 저자의 사유를 가다듬은 책이다. 많은 이들이 <월든>에서 문명비판 등 여러 가치를 강조하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 소로의 삶의 태도를 주목한다. 그는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거나 외부 시선에 얽매이지 않았다. 삶의 다양한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지녔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시도하며 순간을 열심히 살았다. 저자는 소로의 삶이 “단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담담하게 치른 대가”라며 자신 또한 불안과 설렘의 공존 속에 “내 안의 여러 세계를 탐험”한다고 말한다.
삶의 방식에 모범답안이 있느냐고 저자는 묻는다. 그는 “그 누구도 자격이 있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 삶 역시 유능함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세상에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그 상태 그대로 살아남을 공간이 있다”고 말한다. 성공이나 발전 같은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주체적 삶, 내가 만족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책을 읽으며 내내 1200여년 전 중국 임제선사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언제 어디서든 주체적이라면 바로 그곳이 참된 진리의 자리라는 의미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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