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평택 세파플랜트 일감 팔탄공단 이전..항생제 사업 몸집 줄이나

김양혁 기자 2022. 10.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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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플랜트 위탁생산 업무→팔탄공단 변경
7개 제약사 위탁물량, 팔탄공단서 출하
"바이오 집중 위한 차원"
내부에선 세파계 항생제 사업 축소 우려
설비투자 대폭 늘린 제약사들, 처방률 감소에 '난색'
한미약품 세파플랜트 연구진들. /한미약품
사이언스조선

한미약품이 경기도 평택의 세파플랜트가 담당하던 세팔로스포린계열 항생제 위탁품목 입고와 출하 업무를 화성의 팔탄공단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위탁품목 관련 업무의 이관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회사 내부에선 사업 축소를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세파계 항생제 위탁품목 제조소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평택공단의 세파플랜트에서 팔탄공단으로 제조의뢰자를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세파플랜트에서 세파계 항생제를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국내 7개 제약사에 20개 품목, 총 29개 제품의 위탁생산을 맡겨왔다. 이번에 의뢰자 변경 조치가 완료되면 해당 제품들은 세파플랜트가 아닌 팔탄공단으로 제품이 입고된 뒤 출하된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팔탄공단에서의 출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평택 위탁 업무 팔탄으로 이전…”바이오 제품 집중 차원”

회사 측은 이번 업무 이전을 두고 단순 변경인 만큼 큰 잡음 없이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평택공단 내 구축한 바이오플랜트와 함께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작 내부에선 세파계 항생제 사업 축소에 나서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세파계 항생제 업무는 세파플랜트가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근거로는 항생제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세파계 항생제 핵심 중간원료인 ‘7-ACA’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뛰었다. 한미약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7-ACA는 1㎏당 69.78달러로, 지난해 말 기준 61.25달러에서 13.93%나 뛰었다. 2020년 65.45달러에서 지난해 6%가량 떨어졌다가 올해 하락분을 잠식하며 치솟은 것이다.

반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세파계 항생제 약가는 329~438원(세파클러 250㎎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과 329~541원이던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 수준이다. 특히 당시 가장 높은 금액이던 541원을 적용한 유한양행 유한세파클러캅셀이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뒤 사실상 10년간 변함이 없는 셈이다.

한미약품 세파플랜트 연구진들. /한미약품

◇세파계 항생제 생산 분리 의무화·처방률 ‘뚝’…몸집 불린 제약사들 ‘부메랑’

국내 항생제 시장은 약제 종류에 따라 세팔로스포린, 페니실린, 플루오로퀴놀론, 마크롤라이드, 카바페넴, 아미노글리코사이드, 술폰아미드 계열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세파계 항생제는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약물 부작용과 내성균 전파 감소를 위해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있는 점도 이들 업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사업을 키운 한미약품을 비롯한 일부 제약사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2년 생산과정에서 항생제 오염을 막기 위해 ‘세파계 항생제 공장 분리 의무화 원칙’을 도입했다. 항생제 생산과정은 여러 단계의 합성 공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분진 처리가 소홀하면 제품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오염된 항생제는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제약사들은 세파계 항생제 공장 내부의 공기를 절대 순환시키지 않고 모두 실외로 배출하고 있다. 공기의 오염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전용 공장을 갖추도록 요건을 강화했고 정부도 2012년부터 분리 생산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정부의 의무화 조치가 내려지자 국내 제약사들은 세파계 항생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집중 투자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국제약품, 보령제약, 신풍제약, 영진약품, 유한양행, 일동제약 등 10개가 넘는 제약사가 설비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되는 사이 한편에선 의료계에선 내성 등을 이유로 항생제 투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감기와 같은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은 35.1%로 2002년(73.3%)과 비교해 38.2%P(포인트) 감소했다.

보건당국은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이 약물 부작용의 빈도를 높이고 항생제가 들지 않는 내성균의 전파를 늘린다고 보고 적정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급성기도 감염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 항생제 사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세파계 항생제 사용량이 다시 늘어나면 수익성을 유지하겠지만 사용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원료 가격 상승 비용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세파계 항생제를 생산하는 여러 제약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세파계 항생제 '트리악손'.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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