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국을 위한' 야심, 수출주도형 한국경제 흔든다

입력 2022. 10. 7. 18:17 수정 2022. 10.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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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날벼락' IRA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무소속 의원)은 지난 9월 5일 방한한 존 뉴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을 만났다. 미국에서는 8월 9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8월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됐다. ‘반도체과학법’과 IRA는 바이든 정부와 미국 민주당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법안이다. ‘미국산 반도체’, ‘미국산 전기차’에 거액의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이 법안들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의도하고 있다. 양 의원은 존 뉴퍼 회장에게 어느 정도까지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생각이냐고 물었다. 존 뉴퍼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도 자국의 생산만으로 미국 경제에 문제가 없을 만큼 하겠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해 “미국의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반도체과학법’, IRA 등 미국 공급망 재편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래 첨단산업을 내재화하고 인텔 등 자국의 기업을 키우겠다는 뜻이고, 결국 미국이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한 후 펜을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건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흐름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예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검토 지시를 내렸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 현황을 파악하고 자국 산업을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반도체과학법’, IRA 그리고 지난 9월 12일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NBBI)’ 행정명령은 이 같은 흐름을 구체화한 결과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박효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정학적 위기, 코로나19 위기, 공급망 위기가 맞물리면서 미국 내에서는 자신들의 큰 시장을 외국에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며 “지금까지 미국은 기술력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켜왔고, 제조업은 다른 국가에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제조공정이 상당히 미세해지면서 제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만으로 그 산업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친환경 기술 개발은 미국에는 신산업 구조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 변호사는 “전통적인 석유가스 산업 분야에서 미국은 업스트림(원유 탐사와 생산을 하는 단계)부터 소비까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지만, 태양광 산업 등 친환경 산업은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라며 “친환경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산업을 부흥시키고 미국의 생산기반 확보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IRA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새로운 공급망 정책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새로운 기준에 맞춰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원자재 조달의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며,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4370억달러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규정은 국내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IRA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한정하고 있다. 또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과 ‘부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핵심광물은 2023년에는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또는 처리된 것이어야 하고, 이 비율은 2027년 이후 80%까지 증가한다.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2023년 50%에서 매년 증가해 2029년 이후부터는 100% 전량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이 이뤄져야 한다. 최종 조립 조건은 발효 즉시 적용돼 현재 시행 중이며, 배터리 관련 두 규정은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건 ‘북미 최종 조립’ 조건이다. 미국은 한국 전기차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지난 9월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이후 주요국 전기차 시장동향’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한국 전기차 수출국 중 1위를 차지했고 독일,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에는 포드, GM을 제치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섰고 아이오닉5는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장세던 현대차·기아에게 IRA 발효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에 약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착공 2025년에 완공·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공장 가동 시점인 2025년 이전까지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산업연구원(KIET)이 9월 29일 발표한 ‘미국 IRA의 국내 산업영향과 시사점: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는 IRA 발효로 현대차·기아 경쟁사들의 가격경쟁력 강화와 미국 기업인 테슬라와 GM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우려했다. “포드, GM 등 미국 기업은 물론 현재 북미지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독일, 일본 등 경쟁사들의 일부 차종들은 IRA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돼 우리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 상승효과를 누리게 됐다. 또한 테슬라와 GM의 경우 내년부터 업체당 한도 조건(20만대까지만 혜택 부여)이 없어지면서 향후 배터리 관련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2023년부터 판매차 전량에 대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서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IRA 발효 직후인 지난 9월 미국 내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량이 전달 대비 큰폭으로 감소하자 이를 두고 IRA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0월 3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전기차 아이오닉5를 1306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8월의 1517대, 7월의 1984대와 비교해 각각 14%, 34% 감소한 수치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9월 1440대가 판매돼 8월의 1840대와 7월의 1716대보다 각각 22%,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는 전례상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29일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가 개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기업평균연비규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가 굉장히 힘들다. 과거 포드 사례를 보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4~5년이 소요됐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 2위인데 2025년에 미국에 공장이 들어설 때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8월 미국으로 넘어가 정관계 인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애초 내년 상반기로 잡았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 시점을 올해 안으로 당기는 방안을 제시한다. 공장 완공 및 전기차 양산 시점은 2025년에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겨진다. 하지만 4~5개월 앞당기는 조기 착공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해결될 부분들, 여러 변수와 변화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일자리 유출 장기적으로는 국내 일자리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다. IRA 영향으로 국내에서 전기차 30만대를 생산하는 수출 공장이 없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면 결국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차의 50%가 감소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지금 60만대를 수출하고 있으니 적어도 30만대는 감소하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IRA 발효로 전기차는 미국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고, 미국 내 내연기관차 판매가 줄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의 수출 물량은 줄어들고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전기차에는 악재인 IRA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 IRA의 국내 산업영향과 시사점: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는 “우리 이차전지 기업의 북미지역 생산기반 확대 추세가 규모와 속도 양면에서 모두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볼 때 IRA 발효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악재보다는 수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IRA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배제가 가속화되고 세계 시장 1위인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지위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년부터 시작돼 점차 강화될 배터리 관련 규정들을 외국 기업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배터리 핵심 광물 대부분이 IRA가 요구하는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이외 지역에서 생산과 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호주, 캐나다 등과 양해각서(MOU) 등을 맺으며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최근 SK온은 호주 퍼스시에서 ‘글로벌 리튬(Global Lithium Resources)’과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캐나다 광물업체 아발론(Avalon)·스노레이크(Snowlake)와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추진 중인 공급망 다변화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RA 이전부터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금 현재 IRA 기준으로 광물 조건을 맞추기는 만만치 않다. 미국 재무부에서 아직 최종 시행령을 안 내고 있는데, FTA 체결국 외에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이 좀더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정 회장의 영어 연설이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광물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싸울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너무 일찍 선전포고를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미국 내 13개의 배터리 공장을 신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주요 생산국이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에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환 원장은 ‘배터리 공장 증설’과 ‘호주 광산’의 공급망 사이에 빠진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련소다. 예컨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리튬은 배터리에 쓰이기 위해 탄산리튬·수산화리튬 등으로 정제·가공해야 한다. 리튬을 정제·가공하는 제련소는 대부분 중국에 있다. 현재 중국의 세계 정제 리튬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에 달한다. 김 원장은 “새로 제련소를 지어야 하는데 제련소는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시설이다.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중 건설을 환영할 만한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짓는다 해도 완공까지 오래 걸린다. 이는 리튬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다른 광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20~30년에 걸쳐 구축된 것인 만큼 당장 몇개월 후인 내년 1월부터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기업의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몇년간은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기 어렵다. 또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외에 다른 국가들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해놓은 공급망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 또 재투자가 들어가게 되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미국 외 시장에서는 중국기업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며 “정부가 유럽과 우리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포드(Ford)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한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차별, 배터리 광물 및 부품 기준 비현실성 등으로 IRA 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법안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효민 변호사는 지난해 통과한 미국 인프라 법안과 비교하며, IRA에는 유예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법안은 노후한 교통시스템 개선을 위해 1조달러를 투자하는 법안이다. 박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인프라 법안에는 미국산 철강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교통부에서 이를 유예하고 있다. 인프라 법안은 내용 자체도 상당히 광범위하고 유예 근거조항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IRA는 내국세법을 개정해 기존에 있던 세액공제를 새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입법에 따라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또 유예 규정이 없다 보니 행정부에서 함부로 유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자국산업보호 정책기조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대중국 조치가 쏟아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대미협상력을 굉장히 높여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원호 팀장은 이러한 조치들이 IRA처럼 의회에서 통과돼 법제화되기 전에 협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 팀장은 지난 9월 15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외국인 투자심사를 강화하는 행정명령 14083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행정명령은 두가지 불명확한 표현으로 IRA 이상의 부정적 영향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 팀장은 “이 행정명령은 외국인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그 기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와 연관이 돼 있을 경우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연관성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은데, 정책적인 목적을 갖고 이를 상황에 따라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 당장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 앞으로 심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하려고 할 때 이 행정명령이 작동하면 인수·합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연 팀장은 “강한 대중견제책이 중국과 교역관계를 맺어온 우리 기업들에 영향을 안 미칠 수 없다. 아직까지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상으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행정명령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이 강화되면 글로벌 시장이 단일 시장이 아닌 2개의 시장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효민 변호사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개념 자체도 상당히 변할 수 있다. 미국의 IRA,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의 규정은 값싼 재료를 함부로 쓰지 말고, 기업의 탄소 감축 기여도를 평가하는 등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모든 물건을 미국이나 EU 기준에 맞춰 만들면 다른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미국 등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는 시장과 그 외의 시장으로 기업이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으로 글로벌 시장에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수출 중심 한국경제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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