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침체기 속 해외 VC들이 말하는 투자 유치 전략은? [스테파니]

김하경 기자 입력 2022. 10. 7. 18:15 수정 2022. 10.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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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를 통해 독자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 고민하다, 6일 코트라가 개최한 ‘이노게이트 2022’ 행사의 ‘스타트업 해외 진출 전략 포럼’에 다녀와 봤습니다.

6일 코트라 주최로 열린 ‘이노게이트 2022’ 행사에서 ‘VC투자 빙하기 시대의 해외 투자유치 전략’ 세션에 참석한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하 Primer Sazze Partners 대표 △장재희 ‘500글로벌’ 디렉터 △Teddy Lui ‘알리바바 Entrepreneurs Fund’ Operations Director △Audun Abelsnes ‘Equinor & Techstars Energy Accelerator’ Managing Director.

9월 22일자 동아일보에서 다뤘듯, 요즘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날 진행된 6개 세션 가운데 ‘VC투자 빙하기 시대의 해외 투자유치 전략’ 세션에 특히나 눈길이 더 갔습니다.

이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이들은 △Teddy Lui ‘알리바바 Entrepreneurs Fund’ Operations Director △장재희 ‘500글로벌’ 디렉터 △Audun Abelsnes ‘Equinor & Techstars Energy Accelerator’ Managing Director 등 세 명입니다. 여기에 모더레이터로 이기하 Primer Sazze Partners 대표가 참여했습니다. 아래는 약 1시간동안 5가지 질문에 대해 패널들이 털어놓은 주옥같은 이야기를 축약한 것입니다.●투자 시장 경색 속 어떤 전략을?

▽Teddy Lui 디렉터
초기단계 기업들에 투자하면서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초기단계에 투자하게 되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잠재력이 큰 기업들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면 더 좋은 투자조건 얻을 수 있지만 이게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결실을 보기까지 적어도 7년, 10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걸 알고 있다. 그래서 초기단계에서부터 투자하면서도 재정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업기회와 자문 등 다른 자원들도 지원해준다.

▽장재희 디렉터
500글로벌의 경우 초기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후속투자도 많이 한다. ‘결승선’에 갈 때까지 계속해서 지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전략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 물론 거시경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경기가 후퇴됐다 하더라도 위축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창업주들에게는 어려운 시기 견디는 법에 대한 도움이나 자문도 주고 있다.

▽Audun Abelsnes 디렉터
우리도 초기단계에 주로 투자 중이다. 매년 10~12개 스타트업들을 우리 엑셀러레이터에 받아들여서 성장 시킨다. 전 세계 모든 스타트업들을 후보로 보고 있다.
특히 관심 갖는 분야는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갖고 있는 기업들, 특히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업계 자체의 판도를 흔들 수 있고, 기존 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 ●어떤 산업이나 섹터를 눈여겨 보나

▽장재희 디렉터
특별히 선호하는 산업은 없다. 하지만 굳이 골라야 한다면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에 좀 관심이 많다. 이 분야는 아직까지도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업처럼 디지털화가 조금 더딘 산업들, 제조업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리아 펀드는 소비재회사들을 열심히 보고 있다. 마켓플레이스나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니치한 마켓 수요가 있다고 본다. 창업자들도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가능성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추가질문) 한국 시장이 SaaS 사업에 있어서는 조금 작다고 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SaaS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산업이다. 언어적 장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 판단된다. 그리고 규모화를 이룰 수 있다. VC들은 성장가능성 있는 회사들이 규모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할 용이가 잇다.
그리고 팬데믹 때문에 많은 게 변했다. 예를 들어 HR SaaS는 우리가 활발하게 살펴보는 분야인데, HR에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 혹은 진화를 조금 더 빠르게 가속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Teddy Lui 디렉터
우리도 특정한 산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우리 포트폴리오의 경우 6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I) 로봇 헬스케어 게임 등 다양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해와 올해는 헬스케어와 바이오텍 기업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고령화, 인구와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푸드테크 그린테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분야는 실사를 하고 핵심 기술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관심을 두는 주제라 볼 수 있다.
또 웹3.0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의 웹3.0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udun Abelsnes 디렉터
‘테크스타(Techstars)’도 특별한 산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에너지 담당이라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성 청정에너지 클린테크 등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발굴하는 스타트업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탈탄소화의 경우 지금이 가장 좋은 투자기회라 생각한다. 웹3.0과 메타버스도 유망하겠지만 기후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절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Audun Abelsnes 디렉터
결국 신뢰 문제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만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이 기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게 된다. 잠재력 있는 성장을 3년 5년 10년 뒤에 하게 될 것인지 계속해서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나 과거에 있었던 좋은 것만 제시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업가를 만날 때 세 가지를 본다. 첫째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정직하게 보여야만 한다. 두 번째는 열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개가 중요하다. “Intellectually honest”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신뢰를 사야한다는 의미다. 솔직히 똑똑해야한다. 현실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기와 맞는 사람을 데려와서 일하기 좋은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열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스케일을 높여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창업가를 만나면 투자하고 지원하게 된다.

―추가질문) 어떻게 그런 창업주들을 알아보나.
창업가를 만나서 회의하고 창업주의 발표를 듣다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다. 특히 창업가가 직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고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는지, 문제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과 관련해 프로세스를 보게 된다. 결국 창업가와 창업팀, 그리고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지를 본다. 특히 여성창업가가 있다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Teddy Lui 디렉터
Audun 디렉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관계는 공정한 기반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가 투명해야만 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만 한다.
나는 창업가를 수개월에 걸쳐 만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래야만 상황을 관찰하면서 정확한 그림을 얻게 된다.
단순히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미래전망은 어떤지 등만 보여주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비용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잇는지, 자본을 어떻게 활용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실행 전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준비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장재희 디렉터
결국 장기적인 게임이다. 5년 안에 사업을 끝내고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사이 어려움도, 좋을 때도 있고 시장 변동성도 있기 마련이다. 독일에는 ‘나쁜 날씨는 없다.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뿐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생존이 중요한 때라는 것을 자각하고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로부터 계속해서 안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경우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일반 피드백으로 만족하기보다 투자자들과 여러 가지 미팅을 해봐야 한다. 투자자들이 시간을 내서 분석한 결과를 들어야한다. 대부분 피드백을 요청하면 일반적인 수준으로만 받게 된다. ‘우리 펀드는 여러 다양한 성장단계가 있고 다르게 투자한다’는 식의 일반적인 대답에 만족하지 말고 거기에 대해 후속질문을 계속 해서 구체적인 답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답을 받다보면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VC들로부터 비슷한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바꾸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할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스토리텔링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일반화된 스토리라인은 여러분의 회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자 눈에 띄어야 한다. VC들은 창업가에게 피드백을 줬는데, 창업가가 ‘피드백을 반영해 이렇게 바꿨다’라고 하면 좋은 신호로 보고 눈여겨본다.●VC 시장에서 후속투자가 축소되고 있다고 보나.

▽Teddy Lui 디렉터
우리는 신규투자를 조금 축소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기 위해서다. 이미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회사들이 런웨이를 충분히 연장하면서 후속 단계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가치를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계속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 비용관리 운영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엄격한 계획을 수립해서 그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플랜B, 플랜C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위기대응에 대한 계획도 충실하게 수립돼있어야 한다.

▽장재희 디렉터
우리는 후속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이 달성돼야 후속 라운드에서 투자하겠다’라는 목표나 지표를 설정한다. 창업자와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설정해서 여기에 양측이 다 동의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표한 지점들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Audun Abelsnes 디렉터
우리는 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나 기후테크의 경우 자금이 굉장히 풍족하다. 적어도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난 12개월간 굉장히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7조 달러를 이 분야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햇었고, EU에서도 수소에만 5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와 관련해 협상 조건이 변했다고 보나.

▽장재희 디렉터
우리같은 경우 계약조건이 변한 건 없다. 지금 시장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됐다고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걸 요구하진 않는다.

▽Teddy Lui 디렉터
투자자들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 별로 변한 건 없다. ‘지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비합리적일정도로 밸류에이션을 깎아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은 결국 동등한 관계 맺어야 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좋은 회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수익을 내는 것이고 윈-윈 상황이 돼야 한다. 창업가들과 친절하게 이야기하면서 양쪽에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udun Abelsnes 디렉터
나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 내겠다’고 집중하면 안 된다. 양측에 다 좋아야만 좋은 계약이다.
3년, 5년 뒤에 회사의 가치를 높여서 엑시트를 하고 좋은 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창업주를 만났을 때 최상의 텀시트보다 약간 적게 받는 것을 권한다.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창업주들을 도와주려는 투자자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처음 창업 하는 분들은 그걸 모르고 밸류에이션에 집착하시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여러 번 창업한 분들은 뭐가 중요한지 알 것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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