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가방이 집필실로 변신..셜록은 그렇게 탄생했다 [BOOKS]

김유태 2022. 10.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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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 알렉스 존슨 지음 / 제임스 오시스 그림 / 이현주 옮김 / 부키 펴냄 / 1만7000원
신간 `작가의 방`에 실린 삽화. 마거릿 애트우드는 비행기나 카페에서 글을 썼고(왼쪽), 아서 코난 도일은 `집필 트렁크`를 들고 다녔으며(가운데), 마크 트웨인은 집필 방에 당구대를 놓고 썼다고 한다. [사진 제공 = 부키]
작가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기만의 골방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때 골방이란, 타인과 동떨어진 외딴 서재를 뜻하는 물리적 차원의 공간이 아니다. 고풍스러운 책장이 가득하지 않더라도 홀로 또는 혼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말한다. 골방의 삼라만상은 작가의 우주가 되고 이 우주는 골방을 나가며 문자로 이뤄진 독자의 안식처가 된다.
신간 '작가의 방'은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세계 대문호들의 골방에 관한 기록을 한데 모은 취재기다. 작가의 공간을 사유하는 책이 출간됐지만 풍부한 사료가 뒷받침된 저서는 드물다.

헤밍웨이의 방엔 책상이 불필요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오래 앉기 힘들었던 그는 벽에 붙여둔 책장에 타자기를 올려두고 썼다. 방에 커피향이 진동했던 작가는 '나귀 가죽'을 쓴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였다. 커피는 그에게 종이만큼 중요한 존재였는데 직접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의 커피 사랑은 대단해서 하루 50잔 정도를 마셨다. 비록 작은 잔이었지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필실은 지금도 도쿄 아오야마의 평범한 6층 사무실이다. 발자크의 방이 향(香)으로 기억된다면 하루키의 방은 음(音)으로 기억된다. 벽 전체를 가득 메운 레코드판 1만장 때문이다.

재즈 마니아인 그는 집필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집필에 전념한다고 한다.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소재 3층짜리 빨간 벽돌집 꼭대기에 위치했던 마크 트웨인의 집필 공간엔 항상 당구대가 놓여 있었다. 편집 전에 모든 원고를 당구대 위에 올려두기도 했지만, 일과 놀이를 함께하려는 그의 욕망이 깃든 결과이기도 했다.

집필실을 아예 '가지고 다니는' 작가도 있었다. '셜록 홈스'의 아버지 아서 코난 도일은 겉보기엔 여행용 가방처럼 생긴 트렁크를 들고 다녔다. 평범해 보이지만 열면 책꽂이와 타자기, 서랍까지 달린 책상으로 변했다고 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고정된 집필 공간조차 불필요했다. 애트우드는 종이에 손으로 글을 쓰고 컴퓨터로 옮긴 뒤 다시 종이와 펜으로 옮겨 쓰는 버릇을 가졌는데 정해진 작업 공간이 없이 호텔, 커피숍, 심지어 비행기에서도 쓴다고 한다.

저자는 쓴다.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곧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작가의 외로운 글쓰기를 지켜본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라"고. 책에는 '뉴요커' '가디언'의 삽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오시스의 삽화가 실려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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