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없애는 여가부 장관의 논리 "실용적 양성평등, 예산·발언권 커져"

김경준 2022. 10. 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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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의) 상징적 의미로 독립 부처가 존재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역할로 충분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열어 "이번 조직 개편은 미니 부처인 여가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의 양성평등 정책보다 실효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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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장관, 여가부 폐지안 직접 설명
여성계 "인구 정책에 밀려 여성 정책 쪼그라들 것"
마지막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김현숙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양성평등의) 상징적 의미로 독립 부처가 존재하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역할로 충분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여가부 폐지안에 대해 7일 직접 입을 열었다. 김 장관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좀 더 실질적으로 양성평등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며,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 양성평등은 실용에 방점을 찍어 독립 부처일 때보다 예산 권한과 발언권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계와 정치권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신설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저출생 등 인구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 자명해 여성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스로 여가부 문 닫겠다는 여가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며 정부조직 개편안 등에 대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열어 "이번 조직 개편은 미니 부처인 여가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의 양성평등 정책보다 실효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독립 부처에서 복지부 산하 본부로 격하됨에 따라 여성 정책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의 성평등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국무회의에서 복지부 장관과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훨씬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신설 본부의 업무 범위는 여가부 때보다 2배 이상 넓어지고, 예산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위상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설명회 내내 실용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보장의 틀 안에서 양성평등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윤 정부의 양성평등은 이 같은 실용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개편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면서 "국회 여가위 위원들을 만나 이번 개편안이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훨씬 진전된 안이라는 점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적 차별 외면하는 상징적 사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담은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이 발표되기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여가부 모습. 연합뉴스

김 장관의 설명에도 여성계 안팎에선 컨트롤타워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양성평등본부라고 하지만 앞에 '인구가족'이 붙기 때문에 초점은 저출산 정책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인식이 반영된 신설 조직이 얼마나 젠더 정책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무 범위와 예산이 확대됐다는 김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권 대표는 "기존 여가부 사업의 예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업무 범위가 늘어났다는 건 오히려 여성 정책이 쪼그라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정부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해소할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이날 논평을 통해 "여가부 폐지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축소시키고 '여성'을 정책에서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복지부에 내팽개쳐진 여가부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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