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191억 투자한 인공강우, 만들어낸 비는 55mm

박상현 기자 2022. 10.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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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회 중 51회 '성공'으로 집계했으나 '10mm 이상' 유의미한 수치는 5회 불과

문재인 정부 시절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로 추진한 인공강우 실험에 기상청이 최근 5년간 191억원을 투입했으나 성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강우가 나타나려면 지형적 조건과 일정량의 구름이 따라줘야 하는데, 한반도가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강우 실험에 쓰이는 기상청 기상항공기. 항공기에는 인공강우 실험에 쓰일 연소탄이 부착돼 있다. /조선DB

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간 총 83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 이중 결과를 분석 중인 13건을 제외하고 총 70회 실험 중 51건을 ‘성공’이라고 기상청은 평가했다. 그러나 비가 0.1mm만 만들어져도 ‘성공’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치인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상청은 “2018년 강원 평창과 경기 수원 등에서 실시한 12차례의 실험 가운데 대관령에서 0.1㎜ 강우가 발생하는 등 성공은 총 8회”라고 설명했다. 2019년에는 15회 실험 중 11회, 2020년에는 20회 중 13회, 2021년에는 23회 중 19회를 성공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11회 실험을 했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191억원을 들여 현재까지 만들어낸 비의 양은 55mm 안팎이다.

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해서 가뭄이나 미세먼지에 효과를 볼 수준은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약 600㎢를 기준으로 10mm이상, 2시간 이상 비가 내려야 해갈 및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 기상청이 목표로 삼고 있는 수치도 이정도다.

기상청이 성공이라고 판단한 51건의 사례 중 10mm 이상 강우 또는 강설에 성공한 것은 5차례에 그쳤다. 사실상 이 5회가 인공강우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공한 횟수인 셈이다.

2019년 9월 중국 류판산(六盤山)에 있는 ‘인공강우 로켓’에서 한국과 중국 기상청 직원들이 탄을 발사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당시 우리 기상청 직원들은 중국 측 반대로 인공강우 실험은 하지도 못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기상청

기상청은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2019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서해상에 인공강우를 만드는 실험에 나섰으나 비구름도 형성되지 않았고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어 그해 8월 서산 앞바다에서 중국 기상 당국과 함께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으나 또 실패했고, 9월에는 중국에서 실험을 열기로 했으나 중국 측이 실험을 보류하면서 ‘인공강우 로켓’ 등 기상장비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후 및 지리적 조건 등 중국과 다른 특성들을 고려할 때 인공강우 기술 도입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비를 만드는 촉매체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 은’에서 나오는 독성 은이온이 생물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인공강우 기술개발이 전세계적 추세인만큼 기술 개발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되 인공강우 실험으로 인한 산불 발생이나 촉매제인 요오드화 은의 독성이 생물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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