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대비는 갤러리 몫?"..제네시스 챔피언십의 안전불감증

김인오 2022. 10. 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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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드라이빙 레인지 풍경(사진=송도, 손석규 기자)

(MHN스포츠 송도, 김인오 기자) '277.8야드'. 미터법으로 단위를 변환하면 250.2미터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뛰는 선수 124명 중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 250미터를 넘기는 선수는 116명이다. 

남자 골퍼들의 로망이자 '장타자' 칭호를 받는 300야드(270미터) 돌파 선수도 8명이나 된다. 

이 기록은 정규 투어 대회에서만 측정됐다. 이 대단한 기록도 100% 전력을 다한 게 아니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타수를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방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의 얘기다.

따라서 비거리만을 생각하고 샷에 전력을 다한다면 250미터는 대다수가 넘길 수 있고, 300야드 이상을 보내는 선수들도 두 자릿 수를 훌쩍 넘긴다. 이 또한 선수들의 전언이다. 

'웃프다'.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의 신조어다. 국어사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해 슬프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6일 인천 송도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개막했다. 

총상금 15억원에 우승 상금 3억원. 우승자에게는 제네시스 차량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게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몇 개 대회 출전권까지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데.

'최고의 권위'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이해가 힘든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코스 정중앙에 마련된 '드라이빙 레인지' 얘기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드라이빙 레인지는 첫 조 티오프 1시간 반 전에 문을 연다. 볼 수거와 정비 시간 1시간 가량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선수들에게 개방된다. 

드라이빙 레인지 중간 중간에는 선수들의 연습을 돕기 위한 거리 표지판이 50미터 단위로 놓여있다. 가장 먼 쪽에 놓인 표지판은 250미터다. 여느 대회에 마련된 드라이빙 레인지와 차이가 없어 보이는 풍경이다.

하지만.

250미터 표지판 바로 뒷편에 천막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대회장을 찾는 관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어진 갤러리 플라자다.

위태롭고 절묘한 위치다. 선수들이 연습 타석에서 드라이버 샷을 치면 충분히 닿고도 남는 곳이다. 성인 무릎 정도 높이에 그물이 있지만 '장타자'들의 공을 막기에는 부족하다. 그나마도 갤러리 플라자 앞쪽 일부분에만 설치돼 있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변화가 심한 강풍이 잦은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통제가 쉽지 않은 어린이 갤러리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6일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드라이빙 레인지 풍경(사진=송도, 손석규 기자)

연습을 마친 한 선수는 "갤러리 플라자인줄 몰랐다. 다음부터는 드라이버 샷보다는 아이언 샷에 집중해야 겠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드라이빙 레인지 양 갈래에는 갤러리가 이동하는 카트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강풍이 심한 데다 연습 공이 정타로 맞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타구 위험을 알리는 안내요원은 보이지 않고, 기본적인 안내 팻말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8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 클래식 주최측의 드라이빙 레인지 운영 방식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한화 클래식 주최측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했다.

대형 크레인 4대를 동원해 서로 엮는 방식으로 촘촘하게 만들었다. 중장비로 경관은 가려졌지만 대회장을 방문한 어느 누구도 지적한 이는 없었고, 오히려 주최측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KPGA를 통해 예년과 달라진 갤러리 플라자 위치에 대한 제네시스의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골프업계에 종사하는 한 인사는 "드라이빙 레인지와 갤러리 플라자가 한 공간에 자리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게다가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까지 부실하다. 갤러리가 알아서 잘 피해야 하나? 주최측의 '안전불감증'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8월 열린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 드라이빙 레인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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