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회사 모트라스·유니투스 내달 출범..불법파견 매듭, '정의선 승계 밑그림' 해석도

김상범 기자 2022. 10. 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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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로고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가 7일 모듈·부품 생산을 전담할 자회사 두 곳의 이름을 확정짓고 오는 11월 공식 출범시킨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논란을 종결짓는 동시에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독립시키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중심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이번 사업분할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확립을 겨냥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모듈 생산 통합계열사의 사명은 ‘모트라스’, 부품 생산 통합계열사는 ‘유니투스’로 확정지었다”며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공식 출범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모트라스는 자동차의 ‘부품 덩어리’인 모듈 생산을, 유니투스는 샤시·전동화부품·에어백·램프 등 자동차 핵심부품 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앞서 지난 5일 현대모비스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모트라스에 400억원, 유니투스에 300억원씩 출자하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 상반기에는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생산설비 등 현물출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두 계열사의 공식 출범은 오는 11월 초 이뤄진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 결정은 무엇보다 불법파견 논란을 종결지으려는 목적이 크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10여개 협력사에 속한 6000여명의 하청 인력을 공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실상 원청(현대모비스)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고용관계 확인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현대모비스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고, 지난해 충주공장 협력업체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을 시정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하청 직원들을 계열사 직원으로 채용하기에 앞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동의서’를 제출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기존 생산전문사에서 근무하던 인원들을 계열사 정직원으로 채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노사관계를 안정화하는 부수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회사 설립은 수익성 낮은 부문을 분리하는 효과도 있다. 모듈·부품 사업은 이 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률은 0.5% 에 그친다. 이들 사업을 자회사로 이관하면 현대모비스는 수익성이 높은 애프터서비스(AS) 사업과 연구개발(R&D)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대신증권 제공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보는 해석도 적잖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1.4%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4%를 각각 들고 지배하는 식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등에 대한 지배권 확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7.2%를 가진 데 비해 정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 가치를 낮게 유지해야 정 회장이 지분율을 늘리는 데 부담이 적다. 지난 8월 초 1주당 22만원 정도이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분사 소식이 알려진 뒤 10% 가까이 떨어져 현재 20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앞서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보유 지분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성 낮은 제조 부문은 자회사로 돌리고, 수익성 높은 사업과 성장성 높은 사업 부문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은 최상위 지배회사로 자리매김 될 현대모비스에 좀 더 최적화된 그림”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설립은 지배구조와는 관련이 없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와 개편 추진 흐름도(지분율은 2018년 당시 기준). 경향신문 자료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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