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이 보여줄 드라마 발레의 정수 '오네긴'

이강은 2022. 10.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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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

유니버설발레단이 20세기 드라마 발레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 ‘오네긴’을 29일부터 11월 6일까지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오네긴’은 드라마 발레 거장 존 크랑코(1927∼1973)의 대표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이 2009년 국내 초연해 큰 호평을 받았고 2020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7일 유니버설발레단에 따르면,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한 이번 공연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여인 ‘타티아나’와 오만하며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과 운명을 밀도있게 그릴 예정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시킨 알렉산드르 푸쉬킨(1799~1837)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존 크랑코가 1960년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짰고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곡을 편곡해 만든 음악으로 탄생했다. 1965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초연한 이래 영국 로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볼쇼이발레단, 라 스칼라 발레 등 세계 20여개 주요 발레단 레퍼토리가 됐다.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 ‘오네긴’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같은 동화 속 판타지 대신 현실 속 진솔한 사랑이야기를 다뤄 한번 보면 흠뻑 빠질 만한 작품이다. 크랑코는 자신의 작품에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부여했는데, 그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점프와 리프트를 사용해 빠른 템포에서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이 동작들은 타티아나가 꿈속에서 자신의 사랑에 열렬히 호응하는 오네긴과 함께 추는 1막 ‘거울 속 파드되(2인무)’와 뒤늦게 사랑을 갈구하는 오네긴과 번뇌하는 타티아나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 3막 ‘회한의 파드되’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또다른 안무적 특징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스 틸 포즈’를 삽입한 것이다. 예컨대 극 종반부에 타티아나가 오네긴에게 자신을 흔들지 말고 떠나달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은, 그녀가 오른팔을 힘차게 뻗으며 검지로 문을 가리키는 제스처로 표현된다. 이 장면은 이들의 비극적 사랑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수록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과 절묘하게 떨어지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오네긴의 매력은 원작의 문학적 가치가 고스란히 발레 안에 스며든 드라마의 힘에 있다”며 “발레 ‘오네긴’은 크랑코의 독창성과 천재성이 만들어낸 드라마적 장치들로 관객에게 여운과 상상의 여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은 타티아나와 오네긴이 무대 위에 풀어 놓은 쓰라린 감정을 함께 느끼며 공감하게 되고 ‘사랑의 소중함’을 생각할 기회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휘자 김광현이 코리아쿱 오케스트라와 함께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선율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캐스팅은 조만간 별도로 공개된다.

크랑코는 1952년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오네긴’을 위한 춤을 안무하면서 원작 소설을 처음 접하고, 이를 발레화 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처음에는 새들러 웰스 발레단(현 영국 로열발레단)에 이 작품을 투고했지만 거절당하고, 그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후에야 꿈을 이룬다. 크랑코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먼저 선보이며 성공시킨 뒤 책임자 발터 에리히 슈뢰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오네긴’ 프로젝트를 돌입한다. 1965년 세계 초연 후 2년간 크랑코는 이 작품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초연과 개정 버전에 약간 차이가 난다. 

발레 음악은 오페라 ‘오네긴’과 다르다. 이유는 발터가 먼저 발표된 오페라곡을 그대로 차용하길 원치 않아서였다. 그는 크랑코에게 오페라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음악만큼은 새로운 곡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크랑코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에게 곡을 의뢰한다.

슈톨제는 스토리텔링의 극적인 구조와 음악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여러 곡을 하나의 발레곡으로 감쪽같이 연결시켰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솔로곡과 연작 ‘사계’, 오페라 ‘체레비츠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주요 테마곡이기도 한 교향곡 판타지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등 28곡을 편집해 하나의 관현악곡으로 완성시켰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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