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변보호 요청 폭증하는데"..정부, 내년 신변보호 예산 '싹둑'
“이사한 지 이틀, 3일밖에 안 지났는데 그 집을 어떻게 알아요. 근데 알더라니까요.”
피해자 A씨는 지난해 직장 선배의 스토킹을 피해 이사를 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아 남은 월세를 모두 지급하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은 집요했습니다. 며칠 뒤, A씨는 현관문 앞에서 스토킹 가해자가 남긴 쪽지와 빵을 발견했습니다.
범죄신고 등과 관련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나 신고자 등과 반복적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해를 입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사람은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A씨도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에 접수되는 신변보호 요청은 매년 늘어 지난해 2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내년도 신변보호 예산 요구안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법무부가 반영 요구한 신변보호 예산 61억7700만원 가운데 28억여 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무부가 요구한 신변보호 예산 항목은 '신변보호장치', '임시안전숙소', '민간경호', '이전비' 등 4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민간경호 예산 요구안인 16억8000만원은 전액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민간경호 인력 투입은 지난해 서울 송파구 신변보호 대상자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경찰 인력만으로 폭증하는 신변보호 요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석준 사건과 전주환(신당역 스토킹 살인), 김병찬(중구 스토킹 살인)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시간으로 위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호 인력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박형식 중부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올해 3월 발표한 논문에서 “아무리 경찰이 빨리 출동한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범행을 모두 막을 수 없다”며 “경찰이 모든 신변보호를 다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경비업체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경찰청은 결국 '고위험 피해자 민간경호 서비스'를 내년도 자체 예산으로 7억 원 편성했습니다. 100명을 2주 동안 경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기재부는 또 임시안전숙소 예산 요구안은 절반 이상, 이전비 예산 요구안 일부도 삭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A씨처럼 스토킹을 피해 이사를 해야 하는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들입니다.
반면 신변보호장치 예산 22억 원은 전액 반영됐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를 대여하는 비용입니다. 결국 지난해 대비 신변보호 예산 전체 증가액은 4억900만원에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김철민 의원은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화대책이 발표되지만, 피해자들을 보호할 여건과 인력이 마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는지 담당자 귀책사유만 짚을 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보호책과 이에 대한 예산부터 지원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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