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칠순 맞은 푸틴..우크라전 굴욕에 부하도 이웃도 외면

유영규 기자 2022. 10. 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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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급격히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예년과 다른 씁쓸한 칠순을 맞았다고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인디펜던트(Independent)·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등 해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뒤 우크라 영토를 빠르게 점령해 나가다가 여름부터 교착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크라군이 남부와 동부에서 러시아군 점령지를 탈환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상황은 국내외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크라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우크라 점령지의 러시아군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국내에서는 예비군 동원령에 대한 저항과 전쟁 반대 여론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 지지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15% 정도를 점령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점령지에서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통해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병합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군이 남부 헤르손과 동부 루한스크에서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핵심 요충지를 탈환하고, 일부 지역 러시아군이 고립 위기에 처하는 등 전황이 급격히 러시아에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군은 러시아와 점령지 간 합병 조약 체결 직후 동부 교통 요충지 리만을 탈환하며 루한스크로 진격하고 있으며, 남부 헤르손에서도 수십 개 마을을 되찾는 등 점령지 수복에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이런 패배는 푸틴 측근 그룹에서도 분열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푸틴과 가까운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과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을 이끄는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군 패배와 관련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전선 지휘부를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카디로프는 지난 1일 동부 요충지 리만을 우크라에 뺏기자 리만 지역군 지휘부를 이등병으로 강등하고 최전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투옥돼 있는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은 지난 4일 크렘린이 극단주의 단체라며 금지한 야권 조직을 재가동한다고 발표하고 지지자들에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전운동에 참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불리한 우크라 전황과 예비군 동원령에 대한 반발 등으로 푸틴 대통령과 전쟁에 대한 국내 지지 여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옛 소련 시절 가장 유명한 여성 가수 중 하나인 알라 푸가체바는 인스타그램에 '동원령'(mobilization)을 '무덤화'(mogilisation)라고 표현하며 '우리 아이들이 허황한 목표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예비군 동원령은 특히 중앙아시아 이주민 등 소수민족이 많은 지역에서 항의 시위와 모병소 공격을 초래하는 등 큰 반발을 사고 있으며, 징집을 피하려는 예비군들의 대규모 해외 탈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러시아인 탈출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음에도 20만 명 이상이 카자흐스탄으로 탈출하고 조지아로 7만여 명,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로 6만6천여 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옛 소련권의 '보안관'을 자처하며 정치적, 경제적 맹주 역할을 해온 러시아의 영향력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약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군의 잇따른 패배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 5개국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국제적 리더십을 더욱 의심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추방하라는 러시아 요구를 거부하며 러시아와 외교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전문가 잰코 스케파노비치는 최근 외교전문지 '디플로맷'(Diplomat)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의 급격한 쇠퇴를 초래하는 씨앗을 심은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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