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고 부모에게 개입하지 말라"고..검증 안 된 발달재활 기관들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전혼잎 2022. 10.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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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4·끝> 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발달재활 바우처 제공기관 2300곳
그 외 인·허가 없는 개인 사업자로   
바우처· 자격검증 없어도  운영가능
"사설기관 비용 통제와 질 관리해야"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찾아갑니다.
발달장애 아동 가정에서 이뤄지는 홈 응용행동분석(ABA) 치료가 진행되는 모습. ABA 관련 국제응용행동분석전문가(BCBA)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국내엔 매우 적기 때문에, 최근엔 부모가 직접 ABA를 공부해 집에서 일상적으로 교육하는 '홈ABA'도 늘어나고 있다. ABA캥거루 제공

한국일보가 취재한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발달재활 서비스 인력의 낮은 질, 한 시간 최대 15만 원까지 받는 고삐 풀린 단가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정부의 18세 미만 장애아동 대상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월 14만~22만 원 지원)는 언어, 청능(聽能), 미술, 음악, 행동, 놀이, 심리, 감각, 운동 등의 재활서비스에 쓸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정을 받아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제공기관의 수는 2,300여 곳이다. 센터에서 등록 신청을 하면, 각종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는다.

그런데 바우처 적용이 되는 서비스 중 국가자격증은 '언어재활사'뿐이며 미술심리상담사, 음악심리상담사, 놀이상담사, 인지행동상담사, 특수체육지도사 등은 관련 학과 전공, 학사 학위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바우처를 받는 사설기관이 비용 통제가 안 되는 것도 문제다. 복지관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사설기관을 이용하는데, 바우처 단가에 맞춰 금액을 정하는 복지관과 달리 사설기관은 추가 금액을 낸다. 비싼 비용을 낸다고 수준 높은 교육이 담보되지도 않는다. 발달장애아의 엄마 윤나정(가명)씨도 "센터장의 경력을 보고 고가를 감수하고 갔는데, 막상 수업은 대학을 졸업한 인턴 선생님이 맡았다"면서 "심지어 음악치료하던 선생님이 하루아침에 놀이심리를 한다거나 특수체육을 하던 분이 응용행동분석(ABA) 치료를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내년에 바우처 월간 지원액을 인상한다지만 사설기관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밖에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사설 재활기관의 적정 단가를 산출, 비용을 통제하는 일에서부터 질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자격검증 없이, 바우처를 받지 않아도 사설기관을 운영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등록' 발달 재활기관은 크게 의료법상 허가된 의료기관, 학원법에 따라 교육청으로부터 인정받은 기관, 인·허가 없이 사업자 등록 후 운영하는 기관 등 세 종류로 나눠진다. 다수의 사설기관은 '기타 분류 안 된 개인 서비스업'으로 사업자로 등록하는데 이 경우 보건복지부의 소관 밖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는 바우처를 지원받는 기관에 자격인정을 할 뿐이지 바우처 자격 신청을 하지 않고 치료센터를 운영한다면 따로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기도에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이도연(가명)씨는 "아이가 언어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중증이라 다른 센터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받아주기만 하면 감지덕지라 재활기관 측에 자격증이나 이런 조건들을 감히 확인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정부의 지도·감독이 필요하지만 법망은 허술하다. 현행법에는 발달재활서비스 제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범죄 전력 조회 근거나 결격사유도 없다. 유사한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인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활동지원인력의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상황이다.

등록조차 하지 않은 미신고 사설 발달재활기관은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0년 대구의 한 사설치료실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이 손발이 결박된 채 잠을 자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성은 아직도 존재한다. 9살 지적장애아의 엄마는 "치료실이라고 해서 갔더니 아파트의 평범한 가정 집이었다"면서 "방문을 닫은 채 수업을 진행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개입하지 말라'라고 못을 박아 두는 통에 내내 불안했다"고 전했다.

김성남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는 "의료기관을 제외한 사설치료실은 학원으로 간주, 교육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기타 사업자 등록만 해 놓거나 이마저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운영한다"면서 "정부에서는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랙티브: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 주세요.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1>골든타임을 놓치다

<2>인프라 찾아 떠돈다

<3>밑 빠진 독에 돈 붓기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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